세상 속의 나

자화상 2

by 구름 의자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들이 꽉 차 있고 한쪽 구석에 내가 가만히 서 있을 때가 있다.

서너 명의 일행들이 대화를 하면 내 귀에 그들의 이야기가 흘러 들어온다.

오늘 본 영화에 대해, 먹은 음식에 대해, 혹은 더 개인적인 그들의 일상에 대해.

외부의 대화가 내 주변에서 오갈 때 나는 있는 듯 없는 듯 병풍과도 같은 존재가 된다.

곧 내릴 층이 되어 내가 그 공간에서 나가면 그들은 사라진다.

다시 나를 중심으로 한 세계가 만들어진다.

엘리베이터 안의 주인공은 그들이었지만,

내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고 나니, 그들은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엘리베이터나, 회사에서나, 외부의 어느 공간에서도 나는 주인공이 된 적이 별로 없다.

나는 평범하고 적당하고 튀지 않아 어디에도 묻히는 그런 사람이다.

나는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내 인생에서는 주인공이다.


세상과 자아의 균형이 잘 맞을 때 나는 내가 존재함을 느낀다.

만약 엘리베이터나 갇힌 방 같은 공간에 줄곧 나 혼자만 있다면 어떨까.

시간이 얼마나 가는 줄도 모르고, 점점 내가 살아 있는 건지도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느낌도 가물가물 사라질 것이다.

온전히 나 혼자 있는 시간이 지속되면 내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다.

나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증명을 하려면 나 혼자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살아 있음을 느끼려면 나만의 공간과 시간도 필요하지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문과

사랑과 관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필요하다.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브런치라는 문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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