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알기 위해

자화상 5

by 구름 의자

육아는 나에게 긴 터널이었다.

나를 둘러싼 단단한 벽과 거대한 소음의 공간에서

초보 운전자처럼 손에 땀을 쥐며 운전대를 꽉 잡고

어디쯤 와 있는지, 얼마 만큼의 속도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선을 넘지 않고 가고 있는지

불확실한 마음으로 긴장한 채 앞만 보고 달렸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살려내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며 전전긍긍하느라

다른 것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나에게는 엄마라는 역할이 내 삶의 거의 전부였다.

가정에서의 내 위치가 중요해진 만큼

나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나 자신의 주제와 분수도 모르고 타인을 판단하고 비판했다.

남편에게는 마음에 안 드는 점들을 지적했고,

아이들을 대할 땐 마치 절대자인양 내 기준과 잣대로 지적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미숙하고 어리석고 오만했던 나는

엄마이기 때문에 옳은 일을 해야 했고

옳지 않은 일은 잘라내야 한다고 믿었다.

그 기준 역시 나에게서 생긴 거라 옳지 않을 수도 있음을 몰랐다.


세월이 흐르면서 아이들이 자라고 나도 자랐다.

어느새 주변에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하얀 햇빛이 그 사이사이를 반짝이며 나에게 와닿고

산뜻한 바람이 긴장된 내 손가락과 등언저리를 부드럽게 지나가는

그런 순간을 떠올리며 즐거워했다.

나는 나무 밑에서 한참을 고군분투하며 몸부림치다가

무거운 흙더미를 뚫고 올라온 매미처럼 본능적으로 나를 지켜줄 나무를 찾아 기어올랐다.

그리고 이처럼 뿌리가 깊고 늘 편안하고 든든한 나무처럼

변함없는 성품으로 찾아오는 이들을 위로하고 기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겸손이란 내가 옳지 않을 수 있음을 아는 것이고,

성숙한 사람일수록 남을 지적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떤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며, 나는 내 목소리를 낮추고 좀 더 가만히 조용히 듣기로 한다.

소크라테스는 비록 어리석은 사람의 말이라도 타인의 말을 비난하지 않고 묵묵히 들었고,

예수님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발을 씻겨 주셨다.

그 분들은 낮은 곳에서 일하셨는데, 내가 어떤 자격으로 타인을 내 맘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

지금도 인정받고 칭찬받고 박수받기를 바라는

나는 얼마나 많은 욕심을 손에 쥐고 놓아버리기를 아쉬워하는 것일까.

만약 세상 모든 사람들보다 가장 낮아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어느 누구보다 성숙한 성인의 인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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