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6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노는 걸 좋아하고 공부하기를 싫어했으며
내 고집대로 방황할 만큼 방황하며 살아온 시간들이 나를 오랫동안 붙잡아 정체시켜 놓았다.
문학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엄마와 아내, 주부라는 역할이 내게 주어졌지만 엄격한 심사와 시험에 통과를 해서 된 것은 아니다.
나는 딱히 내세울 만한 커리어가 없는 것 같다.
지난 날을 돌아보며 왜 그렇게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며 보냈을까,
왜 그렇게 미성숙하고 나약하게 살았을까,
나는 왜 나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많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나이다.
결혼 전에는 내면을 성숙하게 하려는 노력을 거의 안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내면이 성숙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인생의 어느 때보다 열심히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있다.
더 많이 알고, 깨닫고, 표현하고, 다듬어 나가고 싶다.
나는 강하고 담대해지고 싶고, 온유한 사람이 되고 싶다.
타인을 지배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스스로를 낮추고 타인을 높여주는 사람,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
타인의 아픔에 슬퍼할 뿐 아니라 기쁨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너무 이상적이라는 것이 함정이다.
실제로 그러지 못한 나 자신과 마주할 때 나는 종종 자괴감을 느낀다.
아마 평생 이런 소망을 잊지 않고 노력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나의 노년을 떠올려 본다. 몸이 더 늙고 병들고 약해질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크고 작은 슬픔과 아픔, 시련과 고난이 동반될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다.
나는 여전히 마음이 여리고 걱정과 근심, 불안도 많은 사람인데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더 나이가 들면 지금보다 내면이 더 강하고 성숙해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독서와 글쓰기는 나이 제한이 없이 평생 할 수 있는 축복받은 일이다.
독서를 즐겨하신 아버지는 80이 넘은 연세에도 책을 일 년에 100권 가까이 읽고 계신다.
술과 담배로 건강이 망가지셨으나 식도암 수술을 한 후에 술과 담배를 완전히 끓고
식단조절을 하며 완전히 다른 삶을 사신다.
언젠가 내가 능력이 된다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내가 오래 살 수 있다면, 매일 기도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그런 할머니로 살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한 노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