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말 안 듣는 딸에게 잔소리하다가, 거꾸로 딸에게 온갖 잔소리를 듣고 속상해져서, 딴 부모들도 다 똑같겠지 하는 마음으로 남의 집 이야기를 묻고 적으며, 나는 에세이 '엄마의 잔소리노트'를 쓰고 부모와 자식 관계를 고민했다. 쓰다 보니 자꾸 부끄럽고, 그래도 잔소리는 안 멈춰지고, 안으로 안으로 기어들어가다가, 도대체 내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우리들의 수상록'을 썼다. 쓰고 보니, 나는 두서도 없고, 별 소소한 걸로 떠들고, 울고 웃으며 사는 욕심쟁이 사람이구나... 하는 매우 당연한 결론에 이르러, 마음이 제법 고요해졌다.
오랜만에 딸을 만나서 꽤 차분하게 무조건(!) 잘해주다가 떠나기 전날 밤, 1탄 '엄마의 잔소리노트' 중 딸 편에 해당하는 '부모마음=자식마음'을 읽어줬다. 가방 싸면서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딸이 '오, 그대로 썼네' 하더니, 내가 반성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보일 듯 말 듯 입꼬리가 올라가며, 어느새 고개를 살살 끄덕였다. '좋냐?' 하고 물으니, '응. 좋아' 하고 대답했다. 명쾌한 대답에 놀라 '진짜 좋아?' 하고 다시 물으니, 바로 '응!' 했다. 시도때도 없이 마음이 바뀌어서 그때마다 글을 지우고 고치다보니 몇 줄 안 남은 누더기 같은 글이지만,바위 같이 꼼짝않던 딸의 마음이 살짝 움직였다!
눈물이 핑돌았지만 당연히 티내지 않고, 신나서 2탄 '우리들의 수상록' 중에서 딸이 등장하는 글을 몇 개 읽어주니, 이번에는 '하하하...' 소리내서 웃었다. '재밌냐?'고 물으니, '응. 나는 무슨 이야기인지 아니까...' 하며 또 웃었다. 아주 들뜬 내가 읽고 또 읽는 바람에, 결국 딸이 '언제까지 읽을 거야?' 하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꼭 읽어주고 싶던 마지막 글을 못 읽고, 나는 멈췄다. 헤어지기 전, '엄마는 이제 니 걱정 별로 안해' 했더니, 딸이 '그런 거 같아' 하며 환하게 웃었다. 헤어진 뒤 딸은 전화해서 다시 인사했고, 도착해서 또 전화했다.
나는 사람들과 화해하기 위해서,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어설프지만 온 힘을 다 해 썼다. 글이 너무 이상할까봐 많이 망설이다가 다시 용기를 내서, 3탄 '정상인이십니다요!'를 시작한다. 통계학으로 먹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짧은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우리 삶이 대체로 평균 주변의 정상범위 안에 있음을 쓰며, 이 시리즈를 마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