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삿포로에서 먹었던 온사케를 기억해
여행은 그런 것. 오히려 역향수를 불러일으켜 한동안 우울감에 빠져버리게 하는 그런••• 당신의 평생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여행을 단 한 번이라도 하시길 진심으로 빌겠다.
- 박정민 산문집 <쓸 만한 인간> 中 (p.27)
다행히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 기억하는 여행 스토리가 참 많다. 오늘은 문득 일본 삿포로의 그 술집이 생각났다. 왜 ‘그 술집’이냐면, 나는 그 술집의 이름을 모른다.
그냥 스스키노 거리를 걷다가 혼자 들어간 술집. 꼬치를 기가 막히게 구워 주시는데, 맥주 맛이 더 기가 막혔다. 근데 이름을 모른다.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다가, 일본어로 메뉴 설명을 해 주시던 사장님 이름도 모른다. 잘 못 알아들어도 “아리가또!” 하던 나. 대답은 짧고 강하게.
1년 반이 지나 친구랑 다시 삿포로 여행을 가게 됐다. 배 터지게 밥을 먹어도 그 가게는 가야 했다. 이름은 몰라도, 기억에 의존해 그 길을 걷는다. 다른 스스키노 길이나 오도리공원으로 가는 방향은 모른다. 허나, 삿포로 어디에 떨궈져도 그 술집으로 발길이 향할 거라 확신한다. 그렇게 다다른 곳.
이번엔 온사케를 마셨다. 아 개 비싸. 근데 그게 좋은 거야. 혼자가 아니라서 취기도 돈다. 그리고 용기를 내 파파고를 갈겼다. “작년에 혼자 왔었는데 너무 좋아서 친구 데려왔어요”
사장님은 일본어로 뭐라고 말하셨는데, 이해하진 못했다. 그러나 그 언어 장벽 뒤에 숨겨진 환한 얼굴에, 나도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일본 삿포로에서 길을 잃어도 나는 돌아갈 곳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