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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Nov 05. 2024

아직 젊으니 안테나를 더 세워보자.

감사하게도 손에 꼽을 만한 몇몇 친구들이 있다.

중학교 친구,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 

속까지 나누는 친구는 많지 않아 이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다.


중학교때부터 친구인 ㄱ이라는 친구에게 오후 3시경 문득 연락이 왔다.

그 친구는 새벽 시간대여서 그런가 첫 질문이 횡성수설하며 말을 돌려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문과 성향과 이과 성향이 정해지는거 같아?


바쁘게 일하고, 또 일하러 가는 중간 시간이라

예민했었는지 질문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평소에 섬세한 고민들을 많이 하는 친구라...

나쁘게 말하면 나에게는 다소 시덥잖게 느껴지는 고민을 많이 하는 친구라... 

그냥 넘기고 일하러 갈까 싶어 대충 얼버무렸다.


어, 나눠지는거 같아. 근데 정확히 나눠지기보단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거 같은데


의도를 모르겠는 질문과, 정확히 어떤 지점을 물어보는지 모르겠는 몇몇의 질문에 답을 대충 해주곤 끊으려고 하던 와중, 친구가 "일하기 전 10분만 나한테 할애해주면 안돼?" 라고 했다.


나의 일과 시간을 존중해주고, 항상 응원해주던 친구이기에

나의 시간을 투자해달라는 말을 안하는 친구이기에 고민이 있나보구나 싶어서 그제서야 진지하게 듣고 함께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질문의 갈피를 못잡는거 같아서 내가 먼저 정확히 어떤 고민이 있는지, 멋있게 애둘러 말하려 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지금 해결되고 있지 않은, 모호한 상태에 있는 질문 그대로, 날 것 그대로 말해주면 내가 잘 알아들어볼게라고 했다.


영화 관련 전공이라 그런진 예전엔 마냥 좋았던 음악들이 어느날 좋지 않게 들리고 취향이 변하는건가 싶고 어떤 깊이로까지 공감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등등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최종적으로 도달한 이야기는 과거의 단순하고 어렸던 너가 그립지 않냐 라는 이야기 였다.


너는 예전에 아무것도 몰랐던 단순했던 그 시절이 그립지 않아? 그냥 단순히 좋아하는걸 좋아하고...


듣고 살짝 흠칫했다. 돌고돌아 정착한 주제가 이거였구나.

항상 멋져보이기를, 성숙해보이기를 원하는 친구이다 보니 저 말을 꺼내기까지 시간이 걸렸던거 같다.


난 지금이 훨 행복해


솔직히 나 스스로도 예전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그건 단순히 복잡한 삶속에서 단순했던 나에 대한 회상이고 더 큰 마음으론 지금이 가장 설레고 앞으론 더 설렐것이라는 마음이 진심이기에 이렇게 답했다.


답변을 덧붙여,

'책은 도끼다'라는 책에서 나온 말을 인용했었다. 

안테나의 창살이 많아져서, 더 예민하게, 더 섬세하게 나아가는 중일 것이라고. 창살이 한개였을 때 느꼈던 것들이, 너가 성장하면서  너의 전공을 공부하다보니 창살이 많아지게 되었고 너만의 안테나를 세상에 세우게 된거라고.


과거에 느꼈던 것들은 사실 창살이 하나였기에, 선택지 없이 느꼈던 한정되어있던 것이고. 

지금에서야 비로소 창살이 여러개가 되어, 너의 진정한 취향이 어떤 것인지 기준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너의 세상이 더 확대 된것이라 말했다.

설령 과거의 취향이 지금과 동일하다면, 명확한 기준과 이유를 덧붙여 너의 선택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게끔 성장한 거라고 답했다.


우습게도 철학적인 이야기가 살짝은 오고가기도 했다.

철학이 관통하는 모든 개념은 결국, 나로부터 인 것 같다.

내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오고, 어떤 것을 보고 자랐는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엔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나의 기준과 이유를 가지고 나를 만들어가야한다는 점이 철학의 근간이지 않나 싶다.


오랜만에 생각을 하게 하는 반가운 질문과 함께

나는 과연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나를 구성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함께 들었다.


그 친구를 응원한다. 

창살이 한개 더 늘었구나 친구야.

아직 젊으니, 우리 인생에 더 안테나를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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