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내가 과거에 가장 몰입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Q. 내가 과거에 가장 몰입했던 일은 무엇이었고, 그것이 내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나요?
내 삶을 관통해 온 가장 명확한 주제는 가정과 직업에 대한 끝없는 책임감과 완벽성 추구이다. 이 주제를 실현하는 과정에는 늘 독특한 패턴이 함께했다. 그것은 바로 공부를 통한 미친 몰입감으로 목표점에 도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지치지 않는 지속력을 발휘하며, 마지막에는 안타깝게도 건강 악화라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 책임감은 깊이 뿌리내렸다. 어려서는 아빠가 게으르셔서 일을 안 하신다고 생각하고 무척 원망했었다. 지금 보니 아빠는 몸이 약하셨다. 그래서 41세라는 젊은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되신 것이다. 아빠가 일을 못하시니, 결과적으로 구멍가게, 농사, 집안살림을 홀로 감당하시는 엄마를 어려서부터 도울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아홉 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엄마를 돕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밥을 지었다.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엔 가게를 보면서 부엌일은 거의 다 했었다.
위로 세 살 터울의 오빠는 고등학생 때부터 1시간 반 거리의 대도시로 떠난 뒤, 내가 맏이 역할을 맡으며 책임감은 더 강해졌다. 게다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1년을 쉬면 고등학교까지 보내주겠다 약속했던 아빠는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그 약속을 영원히 지키지 못하시게 되었다.
밤 10시가 넘어 가게일도 끝나고 동생들과 엄마도 잠들 무렵이면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면서부터 밤마다 안방에서 흐느끼듯 우셨다. 지금 보면 젊은 나이의 엄마가 왜 우셨는지 짐작이 가지만, 그때의 나는 위로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가족에 대한 나의 책임감이 그토록 강해진 것은.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월급을 꼬박꼬박 어머니께 보내드렸고, 사 남매 중 홀로 이 책임을 계속해왔다. 다른 형제들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시골집에 월급을 보내지 않았는데 나만 보냈었다. 작년에 내 삶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문득 깨달은 점이 있다. 젊은 나이에 홀로 사 남매를 키우셨던 어머니에 대한 안쓰러움과 연민이 계속해서 나를 이렇게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진 그 빚을 갚는 마음이었을까. 나의 끝없는 책임감은 결혼 후 고스란히 내 가족을 향한 헌신으로 이어졌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헌신하며, 아이들은 "엄마는 나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잖아요"라고 자주 말할 정도로 나를 믿고 의지한다. 나는 가족들의 표정만 봐도 심리 상태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세세하게 챙겨준다.
이렇게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공부'라는 패턴이 늘 존재했다. 가령 임신을 위해 준비 기간부터 아이의 발달 시기에 맞춘 육아 도서를 수백 권은 읽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얼굴만 봐도 심리 상태와 몸 상태를 파악하겠다며 수많은 책을 읽고 강의를 들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해결을 위해 공부를 시작하면, 그것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실패란 있을 수 없었다. 해결이 될 때까지 계속 실행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식한' 방법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공부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알면 알수록 문제가 해결이 잘 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은 나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러나 이 미친 몰입과 지속력은 내 삶에 명확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바로 건강 악화이다. 20대 후반에 이미 간 질환 판정을 받았고, 간은 과로를 가장 피해야 하는 장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과로를 반복한다. 과로 후 몸이 붓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음식과 운동 등 생활관리와 한약 치료로 겨우 현 상태를 유지할 뿐이다.
올해 아이들이 대학에 모두 입학한 후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올해는 건강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 다짐했지만, 최근 아이캔(ICAN) 입학 후 새로운 공부의 재미에 빠져 또다시 과로하고 있다. 아이들이 "엄마 그러다 수능 봐서 의대도 가겠어요"라고 농담할 정도니, 내 몰입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 성장의 주제이자 패턴이다. 깊은 책임감을 바탕으로 삶의 문제를 몰입적인 공부로 극복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돌보는 것에는 실패했다. 이제는 진정으로 다짐해야 할 때라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절절하게 느낀다. "과로하지 말자. 나를 챙기자." 가장 소중한 자산인 건강을 더 이상 잃지 않도록, 나를 향한 책임감과 완벽성 추구에도 같은 에너지를 쏟아야겠다.
[나를 만나는 시간 6]
Q. 나는 지금 ‘나는 못 해’라고 단정 지으며 스스로에게 씌운 한계는 무엇인가요?
그중에서 정말 잘하고 싶은 한 가지를 골라, 왜 그것을 뛰어넘고 싶은지 솔직하게 적어보세요.
질문은 나를 성장하게 합니다. 나 자신을 아는 질문 토요일에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