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있는 서비스만이 프리토타입을 시도한다

잘 만든 서비스, 아니 잘 되는 서비스의 비밀

by 장나니

프로토타입과 프리토타입의 차이

작년 쯤 서점에서 유행했던 책 중에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라고 있었다. 당시 이 책을 읽었던 대표와 PM이 외쳤던 키워드가 있었는데, 바로 프리토타입(Pretotype)이다.


프로토타입(Prototype)은 많이 들어봤는데 프리토타입이라니,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프로토타입과 프리토타입의 가장 큰 차이는 목적에서 나온다.

프로토타입은 시제품을 만들어봄으로써

1) 우리 팀이 만들 수 있을지

2)프로덕트가 예상처럼 작동할지

3) 어떻게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을지

4)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을지

를 확인한다.


한편, 프리토타입은

1)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지

2) 사용자가 예상한 대로 사용할지

3) 사용자가 계속 사용할지

4) 사용자가 프로덕트를 위해 비용을 지불할지

를 확인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프로토타입은 프로덕트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프리토타입은 서비스의 가치를 확인한다고 할 수 있다.


진짜 프리토타입

책을 읽고 1-2년 동안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프리토타입이 보이지 않았다. 역시 의사결정권자가 까라면 까야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문화인가... 라는 생각을 하던 중 한 앱에서 제대로 된 프리토타입을 목격했다. 바로 '말랑이 온라인'이다.


말랑이 온라인은 지금 알파세대~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랑이 거래' 문화를 모바일로 옮겨온 게임이다. 말랑이부터 설명을 시작하면 분량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아래 브런치를 먼저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한다.


https://brunch.co.kr/@61b040ed7831456/9


이 앱에서는 '말랑이'라고 통칭되는 아이템을 거래하는데, 유저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등록된다.

앱을 켜면 (구)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처럼 하단 중앙에 업로드 버튼이 있다.


brunch pretotype.001.png


하지만 페이크다.


brunch pretotype.002.png


구구절절 읽어보면 메일로 보내라고 쓰여있다.


일부러 허들을 높이기 위해 이렇게 개발한 것은 아닐테고, 이 건 진짜 프리토타입이다.

사실 프리토타입이구나!를 판단하게 된 것은 지난 11월 초에 말랑이 제출하기 기능과 제출한 말랑이를 확인하는 기능이 추가된 것을 본 후이다.


brunch pretotype.003.png


말랑이 온라인이 출시되고 지금까지 사용자 제작 말랑이가 많았던 것을 떠올려보면, 아마 이 팀에서는 '말랑이 사용자 제작 서비스'가 유효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구체적인 갯수는 알 수 없지만, 추가된 미니게임(구 할로윈 게임, 현 디저트 게임) 이후에 추가된 스펙이라는 점에서 중요도가 높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이 사례를 통해 프리토타입의 장점이 드러난다. 만약 프리토타입 없이 처음부터 말랑이 만들기 기능을 넣었다고 상상해보자.


앱 하단 중앙에 Key button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멍하니 있을테고, 기능 안에 들어있는 이미지와 페이지도 한 두개가 아닌데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가 기능 개발과 출시에 들였던 리소스는 또 얼마나 많았을 터인지.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물론 어떤 스타트업에서는 매일 일어나는 일 일 수도 있겠다.



프리토타입, 우리 팀도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었던 PM/PO 혹은 대표가 프리토타입에 영감을 얻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진짜 그렇게 하는 서비스가 있느냐'라는 경외감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다.


몸 담았던 회사를 떠올려보면 스타트업도 있었고, 중소기업도 있었고, 대기업도 있었다. 세 유형의 회사 모두 프리토타입 방법론을 충분히 적용해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프리토타입을 해봤을까?하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아니, 절대로'.


팀 모두의 의지가 없다면, 아니 리더의 용기가 없다면 프리토타입은 시도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슬랙에서 '프리토타입'에 관한 문서가 공유된다면 다들 엄지 이모지를 남길 것이다. 자연스럽게 회의실로 이 안건이 들어오겠지? 그럼 팀원 중 몇 몇은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라며, 어떻게 완성된 서비스에 그런 테스트를 할 수 있냐고 사용자를 놀릴 수 없다고 얘기할 거다.


논의 후 결정 단계에서는 리더의 태도가 중요해지는 타이밍이다. 잘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기능을 넣었다가 유저가 떠나가버리면 어떡하냐는 생각에 프리토타입은 만들지 않는 것으로 단호하게 선언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결정은 사실 서비스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나오는 결정이다. 사람들은 버튼 하나 기능 하나 때문에 서비스를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사용자를 위해 테스트 해보는 서비스에 대해 인간답다고 느끼거나 진짜 원하는 기능일 경우에는 빨리 업데이트를 해달라며 적극적으로 반응해줄 지도 모른다.


정말로 만약에 프리토타입 때문에 유저가 다 떠나버렸다고 하면... 그 건 프리토타입의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의 문제이다.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서 떠나버렸을 뿐이다.



프리토타입을 실행했던 맥도날드의 사례를 보자. 맥도날드에서 버거류가 아닌 스파게티를 판매하면 어떨지 궁금했고, 메뉴를 개발해보는 대신 '맥 스파게티'라는 메뉴를 메뉴판에만 한 줄 추가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고 둘러대고 언제,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주문이 들어오는지를 체크했다. 프리토타이핑 이후 실제로 일부 나라에는 맥 스파게티가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Mcspaghetti_logo_2011.jpeg


만약 내가 맥도날드 고객이라면 어떨까? 맥 스파게티가 없다고해서 맥도날드에서 뛰쳐나가 버거킹을 먹었을까? 절대 아니다. 거기 있는 햄버거 아무거나 먹었겠지. 오히려 맥 스파게티가 정말 먹고 싶었으면 언제 출시되는지 계속 물어봤을 것 같다.


스타트업의 서비스도 똑같다.



지금도 어떤 조직에서는 프리토타입을 실행하고 싶은 팀원과 자신없는 리더 간에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팀원의 입장이라면 힘내시고...

'단호하게' 팀장님 자신없는 거!!!냐고 물으면서 밀고 나가거나 포기하길 바란다. 그런 리더가 있는 조직에서는 프리토타입이 의미 있을 리도 없고 앞으로 크게 성장하기도 힘들어보인다.


만약 용기 없는 리더가 보고 있다면, 용기를 내길 바란다. 괜히 밑에 팀원들 고생시켜서 기능 출시했다가 사용자 반응이 없는 것보다는 리소스 쓰지 않고 프리토타입으로 사용자 반응을 확인해보는 것이 훨씬 낫다. 전자의 경우에는 당신이 잃을 신뢰가 많아 보인다. 이미 많이 잃었으면 그냥 주욱 밀고 나가던가 알아서 해라! 어차피 내 말 안 들을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