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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무사 A씨 Aug 02. 2024

위메프와 티몬 사태를 보며 노무사로서 드는 생각

우리 회사가 망한다면 내 돈은 어찌하나?

일명 '위메프와 티몬 사태'로 시끌시끌한 요즘이다. 결국 두 곳 모두 기업회생 신청을 했고, 입점업체들에게 미정산한 금액은 2천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어떤 입점업체는 미수금을 담보로 하여 은행에서 비슷한 금액을 대출받았단다.

업체 뿐만 아니라 위메프와 티몬 그리고 수많은 입점업체에 속한 근로자들도 불안감에 몸서리치고 있을 것이다. 이미 위메프에서는 비개발자 직군에 대한 임금체불이 발생했다고 들었다. 두 업체 모두 퇴직연금에도 가입하지 않아서 그 많은 퇴직금을 어떻게 정산할지 미지수고,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지급이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연계된 작은 사업장들은 아마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을 확률이 더 높을 것이고, 임금과 퇴직금 모두 지급이 어려울 가능성이 많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지금 내가 당장 쫄딱 망하게 생겼는데 그게 다 무슨 상관이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고, 어쩌면 회사가 망하는 것보다 나에게 딸린 식구들의 월급과 퇴직금이 밀리는 게 걱정인 분들도 계실 것이다. 




노동부 사건을 진행하다보면, 지급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사업주도 인지하고 있고 노동부에서도 판단이 나왔는데도 사업주가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사실 꽤 많다)

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했을 때 처벌을 할 수 있고, 내가 얼마를 체불당했는지에 대해 판단을 내려줄 수 있지만, 그 돈을 사업주로부터 직접 받아내주는 기관은 아니다. 감독관 멱살을 짤짤짤 흔들어봐야 사업주가 벌금 낼테니 배째라고 하면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없다. 


이 경우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사업주가 정말 근로자가 너무 싫어서 돈을 안주거나, 아니면 진짜 돈이 없어서 못 주는 경우이다. (물론 전자가 후자인 척을 하기도 한다)

아마 이번 사태에서도 후자의 경우가 많이 발생할 것 같은데, 이 때 국가가 양측을 도와주는 제도가 대지급금 제도이다. 예전에는 체당금이라고 불렸었다. 


사업주는 '벌금 낼테니 배째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근로자가 소송 걸면 돈 줘야 한다. 그나마 가지고 있는 재산도 가압류처리 될 것이다. 그리고 벌금을 낸다는 건 범법자가 된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사업 계속 하실 거면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의 사업주 말고, 돈을 주고 싶은데 정말 돈이 없어서 못 주는 사업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국가가 대신 지급해주는 '대지급금' 제도이다. 

근로자가 노동부 진정을 넣으면 감독관은 임금과 퇴직금 체불이 된 게 맞는지, 맞다면 얼마인지 확인하는 조사를 거친다. 임금명세서, 근로계약서, 계좌이체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판단했을 때 사업주와 근로자의 진술이 일치하고 체불된 사실이 있다면 '체불임금 등 사업주확인서'를 발급해준다.

여기에는 내가 얼마의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당했는지 등이 기재되어 있다. 


만약 사업주가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객관적 자료로 체불이 입증이 된다면 근로복지공단에 가서 바로 돈을 받을 수 있는 용도로 체불임금 등 사업주확인서를 발급해주고, 하나라도 요건이 안된다면 소송용으로 발급이 된다. 소송용으로 발급받으면 민사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건 진행하던 감독관님이 알려주신 바로는, 제도가 또 좀 바뀌어서 시정명령 이후에 서류 발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발급이 이전보다 좀 늦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영업일 기준 2주 내에 대지급금이 지급된다. 




국가에서 금액 전체를 보전해주는 것은 (당연) 아니고, 최종 3개월치 임금과 최종 3년치 퇴직금에 대해 지급해주고, 임금과 퇴직금 합쳐서 1000만원까지 지급이 가능하다. 임금이나 퇴직금 둘 중 하나만 있는 경우에는 700만원까지이다. 그리고 퇴직일 이후 1년 이내에 제기를 해야 공단 제기용으로 사업주확인서 발급이 가능하고, 퇴직한 지 2년 내에 소송이든 진정이든 제기를 해야 대지급금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준다 준다 말하니까 그냥 계속 기다렸어요' 하는 게 2년을 넘어가면, 대지급금 제도를 활용하기도 어려워지므로 적당히 보고 안 줄 것 같으면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한다. 


근속기간이 길지 않다면 어차피 퇴직금이 많지 않으니 대지급금으로라도 보전이 가능하겠으나, 한 회사에 충성을 다하여 근속기간이 긴 근로자들은 퇴직금도 많고, 최종 3년치 퇴직금을 훨씬 넘게 된다. 이 경우에는 퇴직금이 몇 천이 되는데, 사실상 1000만원은 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일 수 있다. 

(한 번 늘어난 거긴 하지만, 대지급금 한도 좀 더 늘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은 금액을 받기 위해서는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를 근거로 해서 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일하는 것도 힘든데 돈 받는 건 더럽게 힘드네'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다. 국가에서 최대한 도움을 주고자 만든 제도인 건 분명하지만, 어쨌든 근로자나 사용자 모두 노동부에 가서 조사를 받는 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 때 이용하라고 있는 게 노무사니까 적극! 활용하시길 바란다.

요즘은 상담비 안 받는 분들도 많던데..(우리 법인도 그렇다..)


아무쪼록 이슈화되고 있는 사건들도 잘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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