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퇴사하는 직원 어떡하죠
구직자였을 때는 믿지 않았지만, 노무사로 일하면서 제법 듣는 말.
'사람 뽑기 너무 힘들어요'라는 말이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노무사로 일하면서 느낀 것은, '괜찮은' 사람을 뽑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이상한 사업주도 많지만, 그만큼 이상한 근로자들도 정말 많다.
여기서 이상한 근로자란 단순히 상급자 말을 안듣거나 사장님과 안맞거나 그런 게 아니다.
갑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J씨는 일을 태만히 하고(신입인데도..), 1시간인 점심시간을
자기 멋대로 늘려서 1시간 반 뒤에 현장에 복귀한다. 일 하다가 의자에 앉아서 조는 것도 다반사.
상급자가 업무 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자기가 왜 해야 하냐면서 듣기 않는다.
혼잣말로 중얼중얼 18 18....
참다못한 상급자가 이러한 점을 지적하자, 그 뒤로 J씨는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인사담당자는 어이가 없다. 당연히 그 지적에 욕이나 폭언은 없었는데....
전화와 문자를 몇 번이고 했지만 다 씹혔다. 한 이틀 뒤에 인사담당자에게 띡 온 문자 하나.
'저 00씨 때문에 회사 안갑니다. 퇴직 처리 해주세요.'
가뜩이나 빡빡한 인원들 돌려서 일 처리 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이 문자를 받으니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
이 상황에서 인사담당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원하는 대로 그냥 퇴직 처리 해주기? 아니면 계약서상 30일간 인수인계 거쳐야 하니 근무하라고 하기?
내 생각은 이렇다.
J씨 같은 사람이 자진해서 회사 나간다고 해주면 고마운 일이다.
이런 사람이 퇴사 안한다고 버티면 인담자로서 그것만큼 곤혹스러운 일이 없다.
해고는 사업장에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할 수가 없는데, 계속 두자니 다른 근로자들 원성 듣느라
하루가 다 가기 때문이다.
사직서도 반드시 문서로 작성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사직의 의사가 가득 담긴 저 문자를 보관하면
부당해고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인담자 입장에서는 너무 괘씸해서 뭐라도 불이익을 주고 싶을 수도 있다.
만약 퇴직금이 발생하는 근로자라면 출근 명령을 하고, 출근 안하면 무단결근으로 처리해서
퇴직금을 적게 줄 수도 있겠다. (근로자 분들은 무단결근 하면 이런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그렇다해도, 그냥 조용히 원하는 대로 해주고 내보내는 것이 사업장으로서는 이득이다.
뭐 상부상조라고 해두는 걸로..
(물론 이것도 사업장마다 다르다. 예컨대 여러 기술을 사용하고 영업비밀이 많은 사업장에서는
어떻게든 출근시켜서 비밀유지각서와 겸업금지 약정서 등을 작성하고
퇴사하도록 해야 추후 대응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