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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반장 Jan 03. 2024

3종 쨈발라 탄생기

쌩초보 우드 카빙 도전기 ⑤ 잼 스프레더 깎기

오늘 아침 식탁에는 호두나무와 단풍나무, 그리고 퍼플하트가 올라왔다. 이런 걸 먹냐고? 당연히 아니다. 누구도 호두나무를 끓여 먹거나 단풍나무를 볶아 먹지 않는다. 혹시나 보릿고개 시절의 초근목피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드라마에나 등장하는 풍경이지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있는 일은 아니다. 아침에 우리 집 식탁에 올라온 것은 호두나무, 단풍나무, 퍼플하트를 깎아 만든 세 가지의 ‘잼 스프레더(jam spreader)’다. 나는 이걸 ‘쨈발라’라고 이름 붙였다.     


아이가 커가는 속도에 따라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분주함도 비례한다. 입맛도 다양해져서 밥과 국의 정통적인 조합만으로는 중학생의 불편한 속을 채우긴 어렵다. 이때 모자란 시간과 까탈스러운 입맛을 메우기 위해 쉽게 등장하는 것이 식빵이다. 오! 토스트기에서 갓 구워진 빵에 잼을 발라 먹는 간편한 식탁이라니. 여기에 땅콩버터, 카야잼, 딸기잼, 블루베리잼, 누텔라 따위를 쭈욱 꺼내 선택의 폭을 넓혀 놓으면, 아침부터 불평불만을 숨기지 못하는 얼굴을 볼 일 없는 화목한 식탁이 완성된다.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식탁에도 마음속으로 못내 아쉬운 한 부분이 있었으니 버터와 잼을 바르는 도구들이다. 날 없는 과도처럼 생긴 버터나이프가 하나뿐이고, 잼이 여러 가지다 보니 티스푼이나 밥숟가락도 동원된다. 잼을 바르기도 불편하고 숟가락 오목한 부분에 잼이 남기도 일쑤다. 잼 병에 부딪치는 날카로운 금속의 소음도 꽤 거슬린다.     


이때다 싶어서 칼을 빼들었다. 카빙 나이프와 조각도로 세상 못 깎을 게 없을 것 같은 우드카빙 쌩초보는 이렇게 민첩하다. 잼의 가짓수만큼의 버터나이프, 잼스프레더가 있으면 딱이겠다 싶어서 이것저것 나무를 고른다. 각각 색깔이 다른 나무면 더 좋겠다. 게다가 우드카빙을 시작하는 초보들이 맨 처음 손맛을 들이는 것이 바로 버터나이프 아니던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선택한 호두나무(월넛), 단풍나무(메이플), 퍼플하트(주로 중남미에서 자라는 나무로 목재가 보라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말로 부르는 이름은 따로 없다)가 각각 단단한 정도와 나뭇결 방향이 달랐다. 특히 퍼플하트는 너무너무 단단해서 초보의 손바닥 여기저기에 물집을 만들어 놓고야 말았다. 버터나이프와 좀 다른 모양의 잼 전용 스프레더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시간을 늘리고 작업의 난이도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몇 시간의 작업 끝에 초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나뭇밥이 쌓였다. 그리고 모양도 제 각각, 크기도 제 각각인 작은 생활도구가 만들어졌다. 잼을 바르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수 있는 그런 나무 도구들이다. 나무를 손으로 깎은 이런 소소한 식탁도구로 생활의 극적인 변화가 생길리는 없다. 하지만 분주한 아침밥을 넘기기 위해 따뜻하고 온순한 느낌의 나무 '쨈발라'를 손에 잡으면 알게 된다. 오늘 하루도 제법 버틸 수 있겠다는 걸. 








잼 스프레더 카빙노트     


1. 원목조각을 잼을 덜어내고 바르는 부분과 손잡이 부분으로 나누어 블랭크를 만들어 준다. 




2. 잼을 덜어내는 부분의 뒤쪽은 둥글게 깎아 빵에 잼을 바르기 편하게 해 주었다. 앞부분은 평평하게 하고 앞뒤가 만나는 부분은 살짝 날을 만들어 버터나이프의 기능을 같이 할 수 있도록 깎아준다. 




3. 손잡이와 연결되는 부분은 손목에 스냅을 주어 깎아내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디자인을 보완해 주고 손잡이와 구별되는 경계로 보이게 했다. 





4. 손잡이는 기본적으로 둥글게 깎아 준다.


5. 원목 도마를 만들 때처럼 전체적으로 물을 묻히고,  마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거스름을 샌딩으로 잡아주었다. 


6. 미네랄오일을 바르고 다음날 닦아낸 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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