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생각이 끊이질 않는 걸까?
누군가는 생각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다는 걸 몰랐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하염없이 머릿속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우습다. 인간은 철저하게 본인 위주로 느끼고 사고한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으니, 남들도 그럴 것이다 착각하고 만다.
어릴 때부터 넘쳐버릴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눕기만 하면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랐고, 날 괴롭혔다. 남들은 목욕을 하며 무의식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머리를 비우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나에겐 그저 스스로를 괴롭히는 시간이었다. 아직까지도 목욕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럴 땐 일부러 아이디어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이가 들어,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이 드는 짝꿍을 보고 너무 신기하고 부러웠다.
이상해서 물어보니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 있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충격적이었다.
물론 세상엔 나만큼 머리가 시끄러운 사람이 있다. 나보다 더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아예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똑같은 맥락으로, 초등학교 때 명상을 하는 시간이 너무 괴로웠었다. 오히려 생각이 많아져서 할 수가 없었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때는 그런 책들을 찾아보며 읽기도 했다. 특징들은 공감이 갔지만 그렇다고 근본적인 의문이 해결되진 않았다. 너무 한 가지에 낙인을 찍고 끼워 맞추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병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추후에 자세히 적겠지만, 병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다.
생각이 많은 만큼, 머리가 자주 아팠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생각이 과해지면 두통이 와서 금세 누워있어야 했다. 몸이 약하게 태어난 탓일까? 원망하기도 했다. 머리가 아파 누워있는 와중에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병원에도 가봤지만 이것저것 검사를 해도 두통의 원인을 찾을 순 없었다. 당연한 것이다, 병이 아니니까.
운동을 하면 생각이 없어진다고 누가 그랬는가? 운동을 하는 와중에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몸은 따라 하고 있는데, 머리로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분석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끄러운 머릿속은 내 일부였다.
시간이 지나서 점차 생각이 많다는 점을 장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단점도 충분히 있지만 그만큼 장점도 있을 것이다. 생각이 많다는 게 무조건적으로 창의력과 연관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창의적인 편이고 원할 때 생각을 할 수 있고, 원할 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게 좋은 점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마도 나는 늙어죽을 때까지 머릿속에 갇혀서 살겠지만, 옳은 방향으로 배출해 내며 늙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언젠간 다 끄집어낼 수 있겠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지만 그때마다 쓰기를 주저했다. 안 좋은 이야기도 많고,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공감 못할 이야기, 기분 나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밖에 내놓고 싶지 않았다. 또, 내 할 일과 다른 분야이니 회피, 합리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은 많이 바뀌지 않았다. 다른 곳에 시간을 쓰는 건 바뀌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적고 있다는 건 마음속에서 준비가 됐다는 소리인가 보다. 낭비임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태어난 거니까. 그냥 그런 것이다. 그게 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