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끼리 서로 돕고 사는 법 가르치기
지난 주말, 외출하고 집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아랫집에서 인터폰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층간소음으로 많이 참다가 오늘은 좀 심하신 것 같아 연락드렸다고요. 이사하면서 전에 살던 집에서 쓰던 매트를 다 버렸고 아이들도 예전보다 집에서 우당탕탕 노는 모습이 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연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아이들에게도 따끔하게 야단을 쳤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층간소음 매트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바로 주문을 하였습니다. 주문한 매트 양이 꽤 되어 배송이 되기까지 2~3일이 소요될 예정이라 궁여지책으로 이불을 꺼내 임시 매트로 활용하였고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서 매트가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매트의 양이 너무 많아 로비에 가져다 두신다길래 사진을 봤더니 정말 양이 상당하더군요. 시공 업체에 의뢰하면 족히 수백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기에 셀프로 진행하기로 했던 선택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순간 고민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카트에 실어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며 로비로 갔는데. 와... 생각보다 이게 규모가 어마어마하였습니다. 과연 이것을 엘리베이터에 제대로 실을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더군요. 그렇게 1시간여를 매트와 씨름한 뒤 간신히 집 앞에 모든 매트를 가져다 놓을 수 있었습니다.
때마침 하원하고 집에 돌아온 남매를 두고 매트 작업을 하기에는 서로에게 민폐일 것 같았습니다. 이도저도 안될 것 같은 느낌에 와이프에게 매트 설치 작업을 부탁하고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인근 키즈카페로 갔습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키즈카페는 한산했고 아이들은 자기들 세상인 것 마냥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졸졸 쫓아다니면서 아이들 케어하느라 바빴겠지만 이젠 제법 커서 자기들끼리 상황극도 하고 잡기놀이도 하면서 잘 놀더군요. 기저귀도 뗀 김에 배변 활동도 스스로 잘하고 간식도 별다른 거부 없이 잘 먹으며 2시간을 편안하게 보냈습니다.
그렇게 외출을 마치고 들어왔더니 와이프가 고군분투하며 주문한 매트를 모두 설치해 두었습니다. 모든 방의 구석구석까지 깔끔하게 매트를 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설계도까지 그려가며 배치해 준 와이프의 노고가 집안 곳곳에 물씬 풍겨났습니다. 아이들도 예전보다 더 자유롭게 집에서 이동할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얼굴에서 미소가 피어났고요. 거실과 안방은 아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공간 위주로 매트를 설치했습니다. 안방 문을 온전히 닫을 수 없게 되었지만 자기 전에 꼭 물을 마시러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이라 그냥 열어 놓고 생활하기로 했습니다.
잠을 안방에서 모두 같이 자기 때문에 아이들 각자의 방이 그 성격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놀이방'과 '침대방'으로 규정짓고 생활하였는데요. 아이들의 장난감을 비롯한 모든 놀잇감이 있는 놀이방에 되도록 빈틈없이 매트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특성상 바닥에 떨어지거나 굴러다닐 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기에 놀이방에 매트를 집중적으로 설치한 것은 백 점짜리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에 비해 활용 빈도가 낮은 침대방에는 그냥 이동 경로에 매트 몇 개를 설치해서 혹시라도 발생할 층간 소음을 최소화하는 데 의의를 두었고요.
그렇게 아이들은 놀잇감을 거실에 마음껏 가지고 나와 놀며 매트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장 마음 편히 쉬어야 할 공간인 집에서 며칠 동안 전전긍긍하며 엄마아빠의 잔소리를 이겨낸 아이들이 사뭇 대견하였습니다. 매트가 설치되기 전 며칠 동안 저희 부부는 '쿵쿵 다니지 마라.' '사뿐사뿐 걸어라'를 입에 달고 살았기 때문이죠. 그 이후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아랫집 가족 내외를 만나 매트를 꼼꼼하게 설치했으며 앞으로 아이들에게 층간 소음 예절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행히도 아랫집 가족분들께서 "애들 키울 때 다 원래 이런 거 저런 거 서로 이해하면서 사는 거죠."라고 너그럽게 반응해 주셨고요.
체력전으로만 가득했던 지난날의 육아에서 점점 가르치고 이해시켜야 할 부분이 많아지는 게 느껴집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바른생활습관 형성에 관해 배운 것들을 가정에서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에서 세심하게 아이들을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한 한 주였네요.
두 자식 상팔자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