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아빠는 늘 흔들린다. 그렇지만 오늘도 달린다.
글쓴이 임자영 작가는 SNS에서 처음 만나 소통했다. 소통을 이어가다 보니 평소에 달리기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도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마라톤 연습을 하기 시작했고 출근 전에 17~8km를 주 2~3회 뛰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임자영 작가의 출간 소식이 전해졌다. 제목은 『달리는 엄마는 흔들리지 않는다 』. 매일 흔들리는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자연스럽게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해졌고 읽다 보니 작가와 나의 공통분모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외고출신, 14년 차 초등교사, 연년생 터울의 코로나 베이비 남매,
2025년에는 영어 교과 역임, 하프 마라톤 완주 경험이 있음....'
작가는 어려서부터 약골이란 칭호를 달고 살았고 코로나 시국에 출산, 육아를 동시에 해내며 축 난 몸이 좀처럼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감까지 더한 삶을 살고 있었다. 남편과 자주 즐기던 테니스도, 나에게 힐링을 선사한 요가, 필라테스도 하면 할수록 몸이 더 아파지는 듯했다. 더군다나 눈에 밟히는 갓난둥이들을 두고 부모가 마음껏 운동에 내 시간을 투자할 수 있으랴. 그렇게 육아와 일상 그 사이에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선물처럼 마주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달리기'였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녀는 달리기 이전의 삶으로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러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한다.
'한 번 뛰고 나면 달리지 않았을 때의
삶이 전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물론 처음부터 그녀가 잘 달린 것은 아니었다. 처음 달리기는 '1분 달리기'에서부터 시작했다. 주어진 목표는 그야말로 1분 동안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이었다. 1분 달리기를 성공해 낸 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시간과 거리를 늘려 나가다 보니 작가는 어느새 10분, 20분을 쉬지 않고 달려도 전혀 숨이 차지 않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선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성취'와 '성장'이라는 키워드였다. 목표한 곳까지 도달했다는 '성취'와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물이라는 '성장'은 그녀의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오죽했으면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새벽 달리기'를 스스럼없이 하게 될 줄이야.
그녀는 달리기를 통해 '임자영' 인생을 불행하게 하는 생각과 감정들을 비우고 걷어내기 시작했다. 평생 달고 다녔던 '약골'이라는 타이틀은 달리기하며 내쉬는 호흡으로 잠재우고, 온몸 이곳저곳에 숨어냈던 통증들은 달리면서 튼튼해진 두 다리로 날려 보냈다. 이렇게 '나'자신에게 솔직했던 적이 있었던가라는 질문을 새벽 고요함 속에서 차분하게 곱씹으며 남은 인생에 대한 비전을 그려냈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을 토대로 그녀는 난생처음 10km 마라톤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내친김에 한 번도 꿈꿨던 적이 없던 하프 마라톤도 부상 없이 완주하는 쾌거를 이뤄낸다.
그렇게 잔병치레를 달고 살던 엄마 '임자영'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그저 달렸을 뿐인데 그녀의 근 40년간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당당하게 '달리기'라고 말할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 건강한 성장을 하게 된 데에는 남편의 든든한 응원과 뒷바라지, 그리고 가족들의 엄마를 향한 믿음과 사랑이 버무려져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그녀는 자신이 달리기를 통해 얻은 값진 전리품들을 세상에 남김없이 풀어놓고 싶어 했다. 그래서 마련한 모임이 바로 '별빛러너즈'. 작가는 매일 육아와 일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엄마들과 함께 달리고 소통하는 모임을 마련했다. 달리는 그 순간만큼은 '엄마'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하게끔 위해서이다.
나 역시도 달리기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달리기를 꾸준히 하다 보니 실력과 재미가 함께 붙는 것을 요즘 부쩍 느낀다. 그리고 다가오는 11월 중순, 운 좋게도 풀코스 마라톤 대회 신청을 완료하여 아이들이 곤히 자는 새벽에 2~3시간씩 뛴다. 그렇게 새벽에 뛰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하는 재미가 느낄 수 있고 운동 후에 곧바로 아이들과 아침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육아에도 지장이 없다. 페이지를 거듭 넘길수록 육아를 하는 부모에게 있어서 '달리기'는 매력이 많은 스포츠라는 것을 함께 느끼고 호흡할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다.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에 큰 응원과 박수를 보내며 언젠가는 함께 달릴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