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은 출신국가, 배경, 나이, 성별이 정말 다양한 학생들이 영어를 공부하고자 모인 특별한 곳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각자의 나라에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바라고 모험을 떠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 특성 덕분인지 영어 이외에도 배운 것이 많다.
General English 코스는 주로 의사소통 중심 교수법으로 진행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활동을 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수업을 하면 왜 이곳에 와서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묻고 답하는 것이 거의 필수적인데, 그게 참 흥미롭고 나에게는 새로움에 눈을 뜨게 한 시간들이었다.
스페인 의사 출신 여자친구와 함께 호주에 이민 온 친구,
일본에서 요가 강사를 하다가 영어를 특기로 삼아보고자 공부하러 온 친구,
프랑스에서 변호사를 하다가 잠시 쉬고 워킹홀리데이로 온 친구,
문학 전공을 했지만 호주에서 일하고 있는 터키 친구.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을 죽 돌아보면 정해진 길을 따라 공부를 열심히 하고 교사가 되어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큰일이 날 것만 같이 살았다. 그리고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결혼과 출산 육아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여전히 그 평범하고도 일반적인 삶을 꿈꾼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돌아갈 수도 있고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특히 어학원 점심시간에 공용식탁에 둘러앉아 있는 모습이 참 독특한데,
수십 명의 학생들의 생김새가 다르고 먹는 것도 다르고 노는 방식도 다르다.
그런 곳에서 한동안 지내니 '우리는 모두 다르고 자신만의 길이 있다'는 사고방식이 자연스럽게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한 달간 호주 어학연수,
영어가 얼마나 늘었을까?
나의 경험으로 그렇게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다. 또 학원의 시설과 커리큘럼 등을 비교했을 때 한국이 나을지도 모른다. 특히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그것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 학원이 비용대비 효율이 좋을 것이다. 이를테면 토익이나 토플.
왜냐하면 한국어를 모국어로 배운 사람들이 헷갈려하고 어려워하는 것들이 우리나라 사람이 훨씬 잘 알고 잘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어로 하는 영어 수업을 체험하고, 살아있는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과서에서 배운 표현을 정말 쓰는지 물어볼 수 있고, 영어를 어느 정도 공부하고, 영어 자체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은 내가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참여하면 여기서만 얻을 수 있는 게 분명 있다.
나에게는 좋아하는 영어를,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