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나뭇잎을 흔들 때마다
쪼개지는 빛들
그 반짝거림이 멎을 때까지
꾹 숨을 참는다.
멎었던 숨은 순간을 만들고,
여름날의 책장 속 한 편의 시가 되어
마음 깊이 새겨진다
자연은 소란하다
나부끼는 바람에 무늬가 되었다 사라지는 호수의 윗면,
초록과 푸름의 물감이 빛에 녹아 반짝이며 섞이는 소리,
작은 생물들의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
계곡물이 더 넓은 세상으로 흐르고 흘러가는 소리.
자연을 느낄 때면, 나는 한없이 작은 존재가 되어
숨을 죽인다.
그저 소란하지만, 다정한 나부낌에 볼을 비비고는
아이가 되어 생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어머니의 품에 안긴 어린아이처럼 작고 가엾어진다.
나의 생은 자연이 내쉬는 한숨도 안될 것이다.
봄꽃마냥 까르르 웃고 태어나 이내 지는 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 짧은 생의 순간동안 빛나기에 꽃은 아름답다.
이는 바람에도 밀려오는 햇살에도 쉽게 흔들리지만
최선을 다해 빛을 낸다면
여린 잎을 흩날리며 세상에 가지 못할 곳이 없다.
온몸으로 나부끼며 세상에 흔적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