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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돌핀 Jul 21. 2024

숙제검사

콘크리트 타설

나의 작업 현장은 지하 2층.

아직은 골조를 세우는 단계라 당장 이 공간이 최종단계에선 어떻게 완공이 되어 사람들이 이용할지 감을 잡긴 어려운 단계이다.

폼을 붙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지만 첫 현장인지라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형틀목수는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은 유로폼을 붙여 벽체를 만들고 기둥을 세운다. 폼으로 해결이 안 되는 곳은 직접 합판과 다루끼, 투바이 등을 이용해

직접 제작을 한다. 형틀목수는 대부분 지하층에서 일을 한다. 지상층 위로는 갱폼을 통해 타워크레인으로 인양을 하면서 건물을 쭉쭉 올려나간다. 지상층 외부 뼈대가 갱폼을 통해 만들어지면 알폼팀이 내부 작업을 한다. 알폼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폼으로 크기와 무게가 유로폼과 비교할 수 없다. 지금 현장의 알폼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같은 팀의 한 반장님이 목수일 하기 전에 알폼팀에서 일을 했다고 했다. 하루 일당은 기능공이 되면 30만 원 정도 된다고 하는데, 너무 힘들어 오래 할 수가 없어 형틀목수로 일을 바꿨다고 했다. 아직 직접 눈으로 알폼팀 작업 현장을 보진 못했지만 알폼팀 구성원을 보면 대부분 20대 젊은 노동자들로 구성된 것으로 봤을 때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일인 것은 확실해 보였다.

건물 위에 보이는 자주색 구조물이 갱폼이다. 크레인이 떠 올린다. 하늘이 너무 예뻐 다른 현장에서 찍은 사진.


내가 있는 현장에 형틀목수는 20여 명 정도다. 2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있는 팀은 지원팀이었다. 여기저기 현장에 추가 인력이 필요하면 지원팀이 붙어서 일의 속도를 내주고 일정정도 마무리되면 본진팀은 남고 지원팀은 빠진다. 현장에 출근하면 주되게 하는 일은 폼을 붙이는 일이다. 도면에 맞게 수평도 잡아주면서 잘 붙여야 나중에 공간이 제대로 나온다. 폼을 붙이는 작업은 타설 계획에 맞춰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내가 현장에 처음 갔을 땐 지하 외벽에 폼 작업을 하고 있었고, 작업이 다 끝나면 콘크리트 타설을 할 때 폼이 터지지 않게 파이프를 가로, 세로로 견고하게 묶어 콘크리트 압력을 견딜 수 있게 마무리하면 타설을 시작한다. 타설이 끝나면 해체팀이 와서 폼과 파이프 등을 해체하고 목수들은 또 다른 구간의 폼 부착작업을 한다.


분초를 다투는 전투


콘크리트 타설하는 날은 일종의 숙제검사하는 날과 같다.

타설 하는 날은 최종 검수를 하는 사람을 배치하고 볼트가 풀리진 않았는지, 핀은 제대로 꽂혀있는지 등등을 확인하면서 타설 시간을 기다린다.

텅텅 비어있는 폼은 콘크리트가 타설 되고 차기 시작하면 ‘통통’ 소리에서 ‘턱턱’하는 둔탁한 소리로 바뀐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들어가면 압력 때문에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정해놓은 높이만큼 붓고 물이 좀 빠지면 추가로 더 붓는다. 콘크리트만 부으면 골고루 잘 펴지지 않고 다져지지 않기 때문에 바이브레이터를 넣어 콘크리트가 철근 사이 구석구석 들어갈 수 있게 한다. 바이브레이터 소리는 윙~~ 하는 굉장한 소리가 난다. 그리고 바이브레이터가 작동하면 콘크리트가 구석구석 다져지기 때문에 구멍이란 구멍으로 흘러나온다.

바이브레이터 소리가 굉장하다. 구멍이랑 구멍으로 삐져나오는 콘크리트.


한 번은 나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구멍들로 너무 나오길래 이거 폼 터진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게 아니고 콘크리트가 구석구석 퍼지면서 콘크리트를 섞은 물들이 흘러나오는 거라고 했다. 만약 어느 한 구간이 제대로 마무리가 안돼 터지면 비상이다. 다행히 그런 경험은 하지 않았다. 물론 이런 일은 있었다. 여러 사람이 교차해서 검수를 했지만 놓친 부분이 있었다. 상부에 틈을 덜 막아놨던 것이 콘크리트 타설 중에 발견된 것이다. 타설은 진행 중이고, 베테랑 목수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 명은 줄자로 길이를 재고 다른 한 명은 가서 합판으로 제작을 하고. 부으려는 자(타설팀)와 막으려는 자(목수팀)의 분초를 다투는 전투였다. 다행히 우리가 이겼다. 하하.


타설은 성공리에 끝났고, 원래 타설 할 때 검수하는 사람들은 타설이 일찍 끝나면 좀 일찍 퇴근한다. 점심시간에도 교대로 터지는지 봐줘야 하기 때문에 식사하고 바로 교대를 하니 그 시간만큼 일찍 가는 것이다. 물론 타설이 늦게 끝나면 퇴근도 늦어진다. 아예 늦게 까지 하면 연장 근무가 되어 일당도 늘지만 어정쩡하게 끝나면 그냥 봉사하는 거란다.

레미콘 차가 늦게 와서 연장할 수 있겠다는 말이 오갔지만 다행히 시간 내 끝났고 일찍은 못 가고 다른 반장님들 퇴근할 때 같이 퇴근했다. 그래도 신선한 경험한 하루였다.


타설 전후 사진. 뿌듯했다. 내가 작업한건 거의 없지만><

타설이 끝나고 며칠 후 해체팀이 해체한 곳엔 콘크리트로 구조물이 잘 나왔다. 뭔가 뿌듯했다. 숙제를 잘 마친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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