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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를 반대하며

세상이 이토록 엉망인 이유에 우리의 책임이 있지 않은가

by 다시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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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vVyetY09lbg


모두를 위한 축제는 없다.


오늘로 도서전이 끝났다. 괜한 말을 덧붙여 도서전에 참가한 서점과 출판사, 작가들 걱정할 이유가 사라졌으니 며칠 동안 참았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도 큰 흥행을 이뤘다. 입장권 판매량만 봐도 예상된 결과였다. 그러나 입장권을 미리 판매하는 방식 때문에 행사는 반쪽짜리 행사가 되었다. 운영 측은 '안전 확보'를 이유로 현장 구매를 막았지만,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관람객 안전을 위한 예측이나 공지가 충분했는지 의문과 불만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티켓 매진 이후에도 등록 데스크 수를 늘리고 입구를 분산하는 등의 임시 대응이 있었지만, 전시장 내부의 혼잡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후기들이 많았다. 일부 방문객은 "수많은 인파에 깔려 휩쓸리는 악몽 같다"는 강한 불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관람객이 많고 적음의 문제에 가져진 문제도 있다. 티켓을 구매하기 어려운 세대에게 이번 도서전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문화소비 구매력이 큰 2030여성들이 많은 관람을 한 반면, 실제로 도서전에 참가한 몇몇 출판사들, 그림책과 동화를 출판하는 출판사들은 가족 단위 관람객이 줄어들어 불만을 토로했다. 내년부터는 비싼 부스비를 내며 참가를 해야할 지 의문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서울국제도서전의 모순을 보여준다. 모든 세대, 모든 장르를 아우르지는 못하는 도서전이 된 것이다. 대학출판사 및 인문·학술서 중심 출판사 부스 규모가 작아졌거나 참가 수가 줄어든 이유도, 많은 출판사와 독립출판이 도서보다 굿즈 중심으로 전환한 것도, 이 도서전의 의미를 돌이켜 보아야 할 문제점들이다.


도서전의 많은 부스가 팝업과 이벤트로 눈길을 끈다. 그러나 도서전에서 한 몫을 뽑아야만 하는 서점, 출판사 입장에서 주최측의 중장기적 관점 없이 눈앞의 것만을 처리하는 태도는 사실 독이다. 도서전은 시작 전부터 많은 이야기가 떠돌았다. 책마을 부스에서 떨어진 한 분은 왜 떨어졌는지 주최측에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출협 위주로 먼저 선정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다시 담당자로부터 공식 답변이 아니라고 정정되었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전해 들어 아는 이야기다. 많은 문의가 쏟아지자 담당자가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더 많은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돌지만 항간의 소문이니 일축하더라도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서울국제도서전은 기존 공공기관 지원이 사라지고, 정부 예산 삭감으로 인해 대한출판문화협회 주관, 주식회사 형태 운영으로 전환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출협 회장 등을 수사 의뢰한 사실과 주식회사의 자본금 70%를 몇몇 개인이 소유한 투명성 논란, 주주 모집 및 공공 운영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서울국제도서전 운영으로 발생한 수익금 중 일부를 반환해야 한다고 통지했고, 반환 금액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수익금 중 약 3억 5900만원 가량이다. 반환근거는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조금법 위반 혐의. 출협은 수익금 정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진흥원의 결정에 반발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출협은 진흥원이 보조금을 지원하는 기관일 뿐, 간접보조사업자인 출협에 반환을 청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묵인하고 넘어갈 경우 전국의 수많은 보조금 사업이 이 판례를 따라 수익금을 반납하지 않고 산으로 갈 수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사유화 논란 및 운영의 공공성 문제는 견리망의 할 일이 아니다. 얼리버드 조기 매진, 현장권 불가, 공지 부족, 과밀 인파, 동선 관리 부족, 모호한 주주 구조, 개인 자본 영향력 확대 문제, 학술·독립출판 축소, 굿즈 중심 경향 확대는 행사를 주최하는 입장에서 돌이켜보아야 할 문제다. 모두를 위한 축제를 만들기란 어렵다. 어쩌면 모두를 위한 축제란 상상의 영역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행사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영·유아 동반 가족이나 중·장년층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모두를 위한 축제는 없다. 침묵하던 어른들도 지인인 출판사와 작가들 걱정에 입을 꾹 다물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속이 썩지 않도록 입을 여시라. 나 따위야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이 '혁명도 없이 지나가는 서른 아홉을 지루하'게 느끼며 투덜거리지만, 세상이 이토록 엉망인 이유에 우리의 책임이 있지 않은가.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반대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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