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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미상궁 라하 Aug 31. 2024

01. 현대미술 공포증 극복의 날

<별을 그리는 방법> / 노수현,박지은,윤채원,이지원 / 영공간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간 격조했습니다.

여름 끝물이 살인적이라 건강을 챙기고 계실지 걱정이 되네요.


저는 친구의 단체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현대미술 전시라고 해서 바짝 긴장하고, 친구 얼굴만이라도 호다닥 본 다음 나오려고 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놀랐답니다.

분석해서 엮고 나만의 해석을 만들다 보니 제가 아는 현대미술이 맞는지 싶을 만큼 즐거웠어요!


사실 전까지 현대미술은 난해하고 작가의 의도를 알기 힘들어서 슬슬슬 멀리했거든요.

작품 앞에 서면 아무것도 모르는 무력한 바보가 된 느낌이 들어서 무섭기도 했고요.


현대미술을 다시 보게 된 건 뮤지컬 극작가인 선배 덕분이랍니다.

전에 국립 현대미술관에 갔을 때 난처해하는 제게, 선배가 작품은 수능이나 자격증 시험이 아니고 해석하려 애쓰는 시간이나 맞닥뜨리는 난해함 자체도 예술이라고 했거든요.

어떤 작품을 봤을 때 느끼는 숨이 턱 막히는 느낌, 난처하고 무력하다는 감정 등등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표현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저만의 해석이 가능해지더군요.


오늘 본 전시는제 친구 포함 4인 작가가 각각 주된 작품 한 점씩 담당한 전시인데, '별을 그리는 방법'이 주제였어요.


한 5평이 채 되지 않는 작고 네모난 공간에 작품이 정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답니다.

새하얀 벽에 그 어떤 설명이나 제목도 없이요!

정말 벽처럼 머릿속이 새하예지는 느낌이었어요.


 어어, 하는 사이 방명록 앞에 섰는데 쓸 말이 없어서 미루고 네 바퀴쯤 전시장을 뱅뱅 돌았습니다.

제 친구(금속공예 전공)의 작품이에요.

그렇게 네 바퀴쯤 돌고, 전시 책자에 쓰인 우연이라는 세부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보니 언뜻언뜻 저만의 해석이 더해지더군요.


저 우둘투둘 동그란 모양이나 죽 이어진 볼록 튀어나온 선들과 자동차 기름이 묻은 것처럼 알록달록한 황동, 젖은 종이처럼 우굴꾸굴한 표면 같은 것들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크기가 다르지만 모두 네모로 잘린 금속 조각들이 한 작품으로 모인 모습이 꼭 영화 필름처럼 보이더군요.

한 컷 한 컷 프레임 비율이나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그 제각각인 장면들이 규칙 없이 모여서 한 작품을 구성한다는 점에서요.

그리고 그 장면 각각에는 별처럼 빛나는 부분도 있고 긁힌 듯한 상처도 있죠.

한 방향으로만 쭉 나열된 게 아니라 여기 붙었다가 저기 붙었다가 하면서 선이 아니라 면을 구성한다는 데서 별을 떠올리기도 했답니다.

제가 알기로, 별은 커다랗고 딱딱한 금속 먼지 덩어리라서요.


별이 아니라 별을 '그리는' 방법이 주제인 이유는 삶이라는 우주의 먼지 같은 장면 하나하나가 모이는 과정이라고 보였어요.


물론! 저 혼자만의 해석이고, 작가의 기법 해설을 들으니 조금씩 바뀌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제가 틀렸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 없이, 같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처럼 즐거웠습니다.

제가 모르는 분야와 원래의 의도를 듣는데, 세상은 정말 넓고 사람은 그만큼 넓다는 걸 느꼈어요.


매일매일이 삶의 분기점이라지만, 제가 현대미술 공포증을 이겨낸 기념비적인 날이라 여러분께 기쁨을 전하러 왔답니다.


여러분도 매일매일 분기점에 서 계시겠지요? 그 모든 선택의 순간에 괴로움이 없기를 바랍니다.


저는 다음 감동 포인트에 또 돌아오겠습니다. 아디오스예요!



<How to draw stars>

노수현,박지은,윤채원,이지원
@___howto_

‘별 그리는 방법’을 주제로 4인의 작가가 각각의 방식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전시합니다.

일시 : 2024.8.12-8.18
장소 : 영공간 (영등포구 도림로143길 11-19)
@0_gonggan
시간 : 13:00-18:30(휴무 없음)

*주차가 어렵습니다. 문래동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은 그 어떤 협찬도 없이 쓰인 내돈내산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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