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살아가는 매일이 감동이 되는 이유
요즘 따라 복주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속 깊이 새겨진다.
어느 날 무심코 “아이고, 벌써 곧 40살이네” 하고 중얼거렸더니, 복주가 눈을 크게 뜨고 “엄마 이제 40살이야? 난 5살인데!” 하고 대답했다.
“응, 복주도 나중에 40살 되겠지? 그때 복주는 뭘 하고 있을까?” 하고 물었더니, 잠시 생각하던 복주가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를 돌봐줄 거야. 그때가 되면 엄마는 늙었을 거잖아.”
엄마를 돌봐줄 거야.. 그 한 마디에 나는 놀라서 잠시 숨을 멈추었다.
고작 만 4세밖에 안 된 아이의 말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을까.
아직 세상에 대해 배워가는 꼬맹이인데, 이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세상 누구보다 잘 아는 아이였다.
며칠 뒤엔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엄마,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물건은 뭐야?”
“음… 책?”
“그럼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은 뭐야?”
“강아지.”
그랬더니 복주는 거실로 달려가 스케치북을 꺼내 강아지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려진 종이들을 오려 집게로 하나하나 이어붙여서 책처럼 만들었다. 그리고는 표지에 커다랗게 ‘김OO 엄마에게’라고 적어 내게 내밀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걸 선물로 만들었어!”
작은 손으로 만든 그 책 한 권에는 세상 어떤 보물보다 진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저 자기가 주고 싶은 걸 준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나하나 물어보고, 그걸 기억해서 생각 끝에 만들어준 선물이었다.
받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다섯 살의 마음,
그 다정함이 세상 어떤 선물보다 값지고 눈부셨다.
또 어떤 날은 내 팔을 쓰다듬으며
“엄마 팔 만질래. 엄마한테 딱 붙어 있을래. 엄마가 너무 좋아.”
이러며 꼭 안겨왔다.
그 따뜻한 손끝과 살결의 온기가 하루의 피로를 모두 녹여버린다.
그렇게 팔을 만지며 꼭 붙어 있는 아이를 바라보다 보면,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엄마야.”
“그 다음은 누구야?”
“엄마.”
“그다음은?”
“엄마.”
계속해서 “엄마”만 대답하는 그 모습에 웃음이 터지고 아이에 대한 사랑스러운 마음이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사랑을 이렇게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
복주는, 만약 그 아이가 내 곁에 없었다면 아마 자유로웠겠지만 텅 비어 있었을 나의 하루들을
이제는 비록 자유롭지 않고 매일 워킹맘으로 고단하지만
감동으로, 그리고 작은 기적으로 가득한 날들로 바꿔놓았다.
아이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사랑을, 내가 아이를 통해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고는 하다.
그 아이는 이 넓은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이고, 그 아이에게 나는 또 하나뿐인 엄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하고 절대적인 존재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때로는 너무 벅차고, 또 너무 아름답다.
복주에게 이런 너무 큰 사랑의 말들을 들을 때면, 내가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너무 과분하고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면, 오은영 선생님이 하셨던 이 말이 생각난다.
"부모는 아이에게 우주입니다-"
복주에게 더 좋은 우주가 되어주고 싶어진다.
이 아이의 세상이 언제나 안전하고, 다정하고, 사랑으로 가득 차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고, 조금 더 따뜻하게 안아주려 애쓴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안다.
이렇게 서로의 전부로 남을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잠시라는 것을.
언젠가 복주는 자신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고, 그때 나는 그 세계의 한 조각으로만 남게 되겠지.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
작은 손이 내 팔을 감싸고, 맑은 눈으로 “엄마가 좋아”라고 말해주는 지금,
이 찰나의 시간 하나하나가 눈부시게 빛난다.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이 아이의 우주로 살아가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전한 순간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