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매일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알람 Sep 08. 2023

오랜만에 대학로에 가다

2023년 9월 7일 목요일

오랜만에 혜화역에 갈 일이 생겼다. 엄마의 공연 때문이다. 엄마가 속한 어떤 모임에서 매년 공연을 올리는데, 오랜만에 엄마도 무대에 서게 되었다. 무대 위에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그리고 공연은 저번보다 이번이 더 재미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그 엄청난 에너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없다면 없는 시간까지 쪼개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저런 면을 본받고 싶다.


대학로에 가기 전에 다른 지역도 들려서인지 오늘은 전체적으로 서울을 가로지르며 시간을 보냈다. 긴 이동 시간 동안 소비한 콘텐츠는 '나는 솔로 16기'. 최근 이슈가 되는 콘텐츠들에서 너무 멀어진 것 같아서 시간을 내서 봐야 할 콘텐츠를 몇 개 생각해 두었고, 그중에 가장 입문이 쉬울 것 같아 버스 안에서 첫 번째 에피소드를 열었다.


'나는 솔로'란 방송을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은 '나는 솔로 이번 기수는 사람의 말이 어떻게 와전되는지 보여주는 사회실험인 듯 ㄷㄷ'(댓글의 내용은 내가 각색했지만 의도는 동일하다)라는 커뮤니티 댓글에 흥미를 느껴서다. 나는 방송 중에는 그나마 동물 다큐와 해외의 연애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편인데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두 장르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동물 다큐는 인간의 입(내레이션)을 통해 인간적인 스토리라인을 동물에게 덮어씌우는 게 재미있고, 연애 방송 프로그램은 인간의 동물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동물적인 모습이라고 이야기하니까 나쁜 모습을 말하는 것 같지만 딱히 그렇진 않다. 호감, 끌림이란 영역만큼 한 사람의 이성과 감정을 자주 어긋나게 만드는 감정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연애 방송 프로그램을 본능적이라고 칭한 것일 뿐이다. 누구라도 있지 않은가? 머리로는 좋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 적 말이다.


그렇게 '나는 솔로 돌싱 2편'을 1.5배속으로 보면서 버스를 타고 서울을 누볐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일기를 쓰는 지금, 이젠 볼 영상이 두 편 밖에 남지 않았다. 거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빌드 업 구간을 지나고, 모든 것이 터져 나가는 절정 부분을 향해 가고 있는데 가슴이 콩닥콩닥해서 차마 볼 수가 없다. 로맨스코미디의 여자주인공이 망신당하기 직전에 스페이스바를 눌러 화면을 정지시켰던 것처럼. 나도 '나는 솔로'의 화면을 정지시키고 지금 이 일기를 쓰고 있다.


오늘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정말 피곤했기도 하고, 나솔을 봐야 되기도 해서 일기 쓰기를 미루고 있었다. 어차피 안 쓴다고 경찰이 나를 잡아가지도 않으니 스리슬쩍 안 쓰고 넘어가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결국 오늘도 일기를 써냈고 그 부분이 조금은 자랑스럽다.


블로그에 일기를 쓰면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이 있다. 내 사생활을 쓰기 연구해 모든 것을 두루뭉술하게 쓰게 된다는 점이 나쁜 점이고, 좋은 점은 누군가 볼지도 모른다는 점 때문에 많은 문단 중 일부분이라도 타인에게 도움이 될만한 부분을 넣으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도움보다도 술술 읽히는 글을 쓰려고 노력 중인데, 가끔 휴대폰 어플로 내 글을 읽어본 결과 의도만큼 결과가 보이진 않는 것 같다. 쓰다보면 그것도 조금은 나아지겠지. 오늘은 여기서 이만 일기를 마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제부턴가 함께 했던 내 속의 불안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