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정대건 「급류」를 읽고
나는 보통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 읽고 마음에 드는 책만 구입한다. 「급류」는 예약자가 많아 아주 오래 기다려 대출한 책이다. 얼마나 재미있으면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더 기대가 됐다. 일부러 다른 리뷰를 전혀 찾아보지 않고 읽었다. 한데 막상 읽어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급류」는 '사랑 이야기'였다. 도담과 해솔이 여러 역경을 딛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다시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사랑'과 '급류'는 동의어다. 둘 다 휩쓸리는 것이고 빠지는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발목을 잡아채 삶을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인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도담과 해솔이 그것을 깨우쳐 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22년에 펴낸 책이지만 읽으면서 마치 아주 옛날에 쓰인 연애 소설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문학 지랄' 없이 그저 둘의 연애 서사에만 몰두해 있어서인 것 같다. '문학 지랄'이 없다는 게 무엇인가 하면 어떤 심오한 주제나 이념, 사회적 이슈에 대한 메세지나 난해한 은유를 담지 않고 이야기에 주력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대중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인기가 더 많았나 보다.
어떤 작품을 대중적이라 표현하는 게 자칫 무시 하는 느낌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런 건 아니다. 한 번이라도 뭔가를 창작해본 적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대중적이기는 생각보다 아주 어렵다. 「급류」는 그중에서도 매우 잘 쓰인 소설이다. 도담과 해솔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과 멀어지는 과정, '사건'이 있은 후 각자가 거기에서 생존해 나가는 방식, 한 번 헤어짐을 택했던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하고 다시 사랑하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모든 단계가 하나하나가 잘 짜여 읽는 이를 급류처럼 끌어당긴다. 기승전결도 물 샐 틈 없이 완벽하여 책을 덮었을 때 미심쩍은 구석이 단 하나도 남지 않는다.
재미있게 읽었고, 공감하는 구절도 여럿 있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문학 지랄'이 많은 타입을 좋아하여 취향은 아니었다. 반대로 기승전결이 잘 짜인 몰입력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책일 것이다. 머리를 비우고 몰입할 책을 찾는 사람에게도 좋은 선택이다.
또, 계절을 타는 책이다. 덥고 습한 공기, 차고 서늘한 물살을 생생히 느끼려면 아무래도 여름에 읽어야 할 것 같다. 올 여름이 끝나가고 있으니 읽을 사람들은 쌀쌀해지기 전에 부지런히 구해다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