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난로 불빛아래
벽난로의 불빛 아래, 당신에게
사랑하는 당신에게.
이 편지를 쓰는 지금,
벽난로 속에서는 나무가 잔잔히 타고 있어요.
조용히 부서지는 불씨의 소리,
간혹 튀어 오르는 작은 불빛이 방 안을 오렌지색으로 물들입니다.
그리고 그 빛의 가장 따뜻한 지점에는
당신의 얼굴이 겹쳐 떠오릅니다.
이 겨울밤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당신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내 마음속에서 불씨처럼 잔잔히 타오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우리가 함께 스키장에서 돌아온 그날 밤을 기억하나요?
차가운 바람을 한껏 맞고 난 뒤여서인지,
벽난로 앞에 앉아 서로의 장갑을 벗겨주던 순간이
이상할 만큼 천천히, 깊게 마음에 새겨졌어요.
당신이 살짝 붉어진 내 손가락을 감싸며 말했죠.
"이렇게 차가웠어? 나한텐 따뜻했는데."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울렸어요.
아무리 추웠던 하루라도,
당신의 말 한 줄이면 이렇게 녹아내릴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거든요.
나는 그 이후로,
벽난로의 불꽃을 볼 때마다
당신의 손길을 떠올립니다.
내 손끝이 아닌,
내 마음 전체를 데워주던 당신의 온기.
오늘 내가 당신에게 말하려는 것도
아마 그때부터 이미 타기 시작했던 불씨일 거예요.
당신에게 고백하고 싶어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겨울이 오면
나는 더 심하게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차가워지는 계절은 오히려
내 마음의 온도를 더 뜨겁게 만들어놓아요.
당신이 내 안에서 타오르는 방식이
이 벽난로 속 불꽃과 너무 닮아서일까요.
시끄럽지 않게,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불빛처럼
나를 계속 당신 쪽으로 비추어 주니까요.
가끔 당신은 말했죠.
"너는 왜 이렇게 사소한 순간까지 기억해?"
그 답을 이제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소한 순간들이 전부,
당신이기 때문이에요.
내가 보는 겨울의 빛,
내가 만지는 공기,
내가 들이키는 하얀 숨결까지도
당신의 모습을 닮아버렸어요.
그러니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불꽃이 타오를 때
당신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요.
불씨가 사그라질 때
당신의 미소가 연기처럼 떠오르고.
나무 타는 향 속에서조차
당신이 함께 머물렀던 겨울밤의 온기가 스며 있어요.
그리고 지금,
나는 이 편지로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의 불씨 하나를
당신 앞에 꺼내놓고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겨울의 모든 풍경보다,
흰 눈 위의 모든 고요보다도,
내가 이 계절에 품은 그 어떤 온기보다도
깊고 조용하게 사랑합니다.
겨울은 흔히 모든 것이 잠드는 계절이라고 하지만
나에게 겨울은 오히려
사랑이 가장 또렷해지는 계절이에요.
흰 화면 위처럼 마음이 투명해지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누구를 향해가야 하는지
선명하게 드러나는 계절.
그리고 그 길 끝에는
언제나 당신이 서 있습니다.
벽난로의 불빛 속에서
나는 당신에게 약속하고 싶어요.
당신의 겨울이 춥지 않게,
당신의 하루가 외롭지 않게,
당신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나는 언제든 당신 곁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불이 되어 머물겠다고.
오늘 밤 벽난로의 불씨는
조금 후에 꺼지겠지만,
내 마음의 불은
이 편지를 넘겨 읽는 당신의 손길 속에서
더 선명해지고 있을 거예요.
바람보다 따뜻한 사람,
겨울보다 깊은 사람,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긴 겨울밤을 함께 보내고 싶은
당신의 사람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