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난로 편지를 받고 답장
벽난로 편지를 받고
사랑하는 당신에게.
당신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 손끝이 자꾸만 떨렸어요.
마치 당신의 편지 속에
진짜 불씨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당신이 벽난로 앞에서 이 편지를 썼다면,
나는 창가에 앉아 이 답장을 쓰고 있어요.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고,
하얀 세상이 고요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스키장에서 돌아온 그날 밤을 기억하느냐고 물었죠.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나는 그날, 당신의 손가락을 감싸며
거짓말을 했어요.
"이렇게 차가웠어? 나한텐 따뜻했는데."
사실은 나도 손이 얼어붙을 만큼 추웠어요.
바람이 뼈 속까지 스며들었고,
장갑 속 손가락은 감각이 없었죠.
하지만 당신 앞에서는
그 추위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당신이 걱정할까 봐,
당신이 미안해할까 봐,
당신이 내 손을 놓을까 봐.
그래서 나는 웃으며 말했어요.
"나한텐 따뜻했는데."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그 말을 하는 순간,
정말로 따뜻해지기 시작한 거예요.
당신의 손이 내 손을 감싸는 순간
모든 추위가 사라졌고,
벽난로의 불빛보다 더 따뜻한 온기가
내 몸 전체로 퍼져나갔어요.
당신은 그 이후로
벽난로의 불꽃을 볼 때마다
나를 떠올린다고 했죠.
나도 고백할게요.
나는 그 이후로
누군가의 손을 잡을 때마다
당신을 떠올려요.
아니, 정확히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없게 되었어요.
당신의 손길이 아니면
그 어떤 온기도 온기로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당신이 내게 고백했던 그 말,
"겨울이 오면 나는 더 심하게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나도 같아요.
겨울은 유난히 당신이 보고 싶어지는 계절이에요.
추위가 심할수록
당신의 온기가 더 절실해지고,
밤이 길어질수록
당신의 목소리가 더 그리워집니다.
당신이 물었죠.
"너는 왜 이렇게 사소한 순간까지 기억해?"
그 답을 이제야 말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당신이 사소한 순간들을 기억하는 이유를.
그건 바로 내가 그 순간들 속에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예요.
당신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내게는 사소하지 않아요.
당신이 눈을 깜박이는 속도,
당신이 웃을 때 살짝 기울어지는 고개,
당신이 말을 꺼내기 전 잠깐 망설이는 침묵까지—
모든 것이 내 마음속에 새겨져 있어요.
불꽃이 타오르듯 선명하게.
당신이 편지 끝에서 말했죠.
"당신을 사랑합니다.
겨울의 모든 풍경보다,
흰 눈 위의 모든 고요보다도,
내가 이 계절에 품은 그 어떤 온기보다도
깊고 조용하게 사랑합니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한참을 울었어요.
기쁨의 눈물이었는지,
안도의 눈물이었는지,
감격의 눈물이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그 모든 것이 섞여 있었을 거예요.
왜냐하면 나도
오랫동안 같은 말을 하고 싶었거든요.
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겨울의 첫눈보다,
벽난로의 모든 불빛보다,
이 계절이 가진 모든 온기를 합친 것보다
더 깊고, 더 뜨겁게 사랑합니다.
당신이 내 안에서 타오르는 방식이
벽난로의 불꽃과 닮았다고 했지만,
나에게 당신은
불꽃이 아니라 벽난로 자체예요.
내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
내가 얼어붙었을 때 녹아들 수 있는 곳,
내가 지쳤을 때 쉴 수 있는 곳.
당신이 있어서
나는 겨울이 두렵지 않아요.
당신이 있어서
나는 추위도 견딜 수 있어요.
당신이 있어서
나는 이 긴 밤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약속했죠.
"당신의 겨울이 춥지 않게,
당신의 하루가 외롭지 않게,
당신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나는 언제든 당신 곁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불이 되어 머물겠다고."
나도 약속할게요.
당신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내가 바람막이가 되어줄게요.
당신이 지칠 때
내가 새로운 장작이 되어줄게요.
당신이 흔들릴 때
내가 당신을 감싸는 벽난로가 되어줄게요.
우리는 서로의 온기가 되고,
서로의 빛이 되고,
서로의 집이 될 거예요.
이 답장을 쓰는 지금,
창밖의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춥지 않아요.
당신의 편지가 내 손 안에 있고,
당신의 사랑이 내 마음속에 있으니까요.
오늘 밤 벽난로의 불씨는 꺼지겠지만,
우리의 사랑은 꺼지지 않을 거예요.
계절이 바뀌어도,
눈이 녹아도,
봄이 와도,
우리가 함께 지폈던 이 불씨는
영원히 타오를 거예요.
당신보다 더 따뜻한 것은 없고,
당신보다 더 소중한 것도 없는,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겨울밤을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은
당신의 사람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