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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전압의 난(2)

공포의 연쇄반응

by seungbum lee

공포의 연쇄반응
오전 10시 42분.
"380 볼트 달성!"
전압씨가 괴성을 지르며 완전히 변했다. 평소의 온화한 신사는 사라지고, 눈에서 불꽃이 튀는 광폭한 거인이 되어 있었다.




"모두들... 미안해... 내가... 통제가... 안 돼..."
전압씨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전반에서 뛰쳐나갔다.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전선을 타고 집 안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첫 번째 희생자는 거실의 형광등이었다.
"어? 갑자기 왜 이렇게 바로... 윽!"
평소에 220 볼트만 받던 형광등은 380 볼트의 엄청난 힘을 감당하지 못했다.
"파팟!"
형광등이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형광등이!!"
전류군이 비명을 질렀다.
"안 돼! 형광등 씨!"
하지만 이미 늦었다. 형광등의 잔해만이 천장에 남아있었다.




"다음은... 텔레비전이다..."
380 볼트로 변한 전압씨의 눈빛이 거실 벽에 걸린 55인치 OLED 텔레비전을 향했다.
"안 돼! TV는 안 돼!"
냉장고가 절규했다. 그 텔레비전은 주인 김 씨 부부가 작년에 결혼기념일 선물로 산 것이었다.
"살려줘... 나는 아직 1년밖에 안 됐다고..."
텔레비전이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하지만 전압씨는 멈출 수 없었다. 380 볼트의 힘이 텔레비전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크아아악!"
"콰콰콰광!"
텔레비전의 메인보드가 견디지 못하고 폭발했다. 화면에서 불꽃이 튀어나왔고, 플라스틱 냄새가 집 안에 퍼졌다.
"안 돼! 안 돼!"
전류군이 필사적으로 전압씨를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전류야, 비켜! 나도 어쩔 수 없어! 이 힘이... 너무 강해!"




저항씨가 전압씨 앞을 가로막았다.
"형님, 정신 차리세요! 당신은 220 볼트 전압씨입니다! 380 볼트가 아니에요!"
"하지만 나는... 지금... 아아악!"
전압씨가 몸부림쳤다. 그의 내면에서 220 볼트의 본성과 380 볼트의 광기가 싸우고 있었다.
그 사이, 재앙은 계속됐다.




"안 돼! 보일러다!"
김치냉장고 누나가 비명을 질렀다.
베란다에 설치된 보일러 제어판에 380 볼트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보일러의 전자제어판이 지지직거리며 연기를 뿜어냈다.
"으으... 뜨거워..."
보일러가 신음했다. 그의 내부 회로가 하나둘씩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모두 대피해! 보일러가 위험해!"
저항씨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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