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벽
“소연 씨, 공사 잠깐 멈춰야 할 것 같아요.”
현장 책임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벽 안쪽 구조가 예상과 달라서,
계획대로 연결이 어렵습니다.”
소연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럼… 확장 못 하는 건가요?”
그녀의 목소리엔 실망이 묻어 있었다.
준혁은 곁에서 조용히 말했다.
“잠깐 멈춘다고 해서
우리가 만든 이 공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그날, 두 사람은 책방 구석에 앉아
공사 도면을 다시 검토했다.
소연은 벽 너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공간이 더 넓어질 거라고
마음까지 벌써 준비했는데…
막히니까 괜히 속상하네.”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우리가 지키고 싶은 건
벽 너머의 넓이가 아니라
이 공간의 온기야.
그건 어디에도 막히지 않아.”
밖은 가을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고,
책방 안엔 낮은 클래식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흔들리는 벽 앞에서
서로의 마음을 다시 붙잡았고,
그 마음은 현실의 틈 속에서도
조용히 단단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