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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서재 (56)

흔들리는 벽

by seungbum lee

“소연 씨, 공사 잠깐 멈춰야 할 것 같아요.”

현장 책임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벽 안쪽 구조가 예상과 달라서,

계획대로 연결이 어렵습니다.”



소연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럼… 확장 못 하는 건가요?”

그녀의 목소리엔 실망이 묻어 있었다.


준혁은 곁에서 조용히 말했다.

“잠깐 멈춘다고 해서

우리가 만든 이 공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그날, 두 사람은 책방 구석에 앉아

공사 도면을 다시 검토했다.

소연은 벽 너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공간이 더 넓어질 거라고

마음까지 벌써 준비했는데…

막히니까 괜히 속상하네.”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우리가 지키고 싶은 건

벽 너머의 넓이가 아니라

이 공간의 온기야.

그건 어디에도 막히지 않아.”


밖은 가을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고,

책방 안엔 낮은 클래식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흔들리는 벽 앞에서

서로의 마음을 다시 붙잡았고,

그 마음은 현실의 틈 속에서도

조용히 단단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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