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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 위의 도시 (7)

공정과 공평사이

by seungbum lee

다음 날 아침, 공공정책연구원 원장실. 백발의 김태완 원장은 진우와 소희를 마주 앉혔다.
"두 분의 보고서를 모두 읽었습니다."
김 원장은 두꺼운 안경 너머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둘 다 일리가 있습니다. 최 박사의 안은 실행 가능성이 높고, 한 연구원의 안은 이상적입니다. 문제는 이 법안이 다음 달 국회에 상정된다는 겁니다. 우리 연구원의 공식 입장을 정해야 합니다."
"원장님."
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단순 비율제를 추천합니다. 복잡한 쿼터는 집행이 어렵고, 기업의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 정책은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원장님."
소희도 말했다.




"저는 가중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형식적 평등만으로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습니다. 정책은 용기 있어야 합니다."
김 원장은 긴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올해 일흔이었다. 평생을 공공정책 연구에 바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을.
"두 분에게 제안이 있습니다."
김 원장이 말했다.
"다음 주에 세종시에서 청년 정책 포럼이 열립니다. 거기에 전국 각지의 청년 100명이 모입니다.




서울도, 지방도, 대졸도, 고졸도, 취업자도, 구직자도 모두 모입니다. 두 분이 함께 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세요. 일주일 동안. 그리고 돌아와서 다시 보고서를 쓰세요. 함께."
"함께요?"
진우와 소희가 동시에 물었다.





"네. 공동 보고서입니다. 두 분이 합의점을 찾아내세요. 그게 안 되면, 이 법안은 우리 연구원에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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