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곤잘레스 파파 Jan 22. 2024

[암투기 1] 마흔살, 암이 내게로 왔다

10만분의 1 확률로 걸린 침샘암 극복기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스럽지만, 조직검사 결과 악성으로 나왔습니다"

".........."


"그래도 다행인 건 아주 나쁜 암 종류는 아니라서, 추적관찰만 잘 하면 큰 문제 없을 겁니다"

".........."


"3개월에 한 번씩 CT와 MRI 찍어보고 몸 속에 전이되는지 여부를 확인하시죠"

"아......... 네에.....    감사합니다......."


세브란스 병동에 입원했다


마흔 살에 암이라니...

교수님으로부터 암 선고를 받은 날, 

세상 어떤 암환자들은 누구든 마찬가지겠지만 파란 하늘도 잿빛이었고, 

죽음에 대한 걱정, 무엇보다 어린 딸들 모습이 축축해진 눈가에 선하게 어렸다. 


그래도 다른 부위에 전이되지만 않았어도 괜찮겠지...

그러니 작작 술 좀 마시고 다닐걸...

아내가 그렇게 자극적인 음식 먹지 말라고 해도 밤만 되면 맵고 짠 음식만 찾았으니 ㅠㅠ

뒤늦은 후회는 늘 그렇듯 전혀 쓸데없다.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낳아주신 부모님에게 죄송할 뿐이다.



2023년 8월 2일,

나는 무려 5시간에 걸친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다. 

종양이 난 부위는 얼굴이었다. 

우측 귀 앞쪽으로 약 2~3cm 되는 볼 안에 딱딱하게 만져진 종양이었다.

하필이면 얼굴이람 ㅠㅠ

비록 잘생기지 않은 외모지만, 그래도 아직 젊은 나이인데 

얼굴에 칼을 댄다고 생각하니 꽤나 속상했다. 


오른쪽 귀를 앞부터 뒤까지,

그리고 귀 뒤에서 뒷머리 중간까지 절개한 꽤 큰 수술이었다. 

물론 수술대에 직접 올라가 눕고 온 몸을 묶은 다음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채우고 이상한 공기를 채운 기억밖에 없다.

일어나보니 회복실에 누워있었고, 

간병하러 오신 어머님은 생각보다 길어진 수술과 

아들의 수술부위를 보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다른 부위도 아닌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다니 나는 불효자 중에 불효자였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내 병명은 "침샘암"이었다. 

다행히 다른 부위로 전이되기 전인 1기(초기) 단계였다. 

1cm가 약간 넘는 점액표피양암종이다. 저악성이란다. 


침샘암은 인구 10만 명 중 1.2명의 발병확률을 가진 

전체 암 중에서도 0.2%인 희귀암 중에서도 드문 희귀암이다.

발병 부위는 귀 옆 이하선 쪽으로 안면신경이 모두 관통하는 

수술이 아주 까다로운 부위였다. 


수술 전 안면마비가 올 가능성도 있다는 주의사항을 들었고, 

충분한 고지를 들었음에 서명했다.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진 건 없지만,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와 만성피로, 음주나 흡연과 같은 

외부요인에서 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유전적인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 

할아버지가 간암이셨고, 아버지가 담낭암, 내가 침샘암이니...

3대째 암 발병률이 이어졌으니 유전일 가능성도 있다. 



침샘암 CT와 진단명


CT 사진으로 왼쪽 하단부분의 검은 동그라미,

문제의 불청객이다. 


상처 부위는 크지만 수술로 깨끗하게 제거됐고,

안면신경 마비도 오지 않았다. 

한시름 놨다 ㅜㅜ


그래도 다행인 건 암진단 중증환자로 등록되면 

건강보험의 혜택을 톡톡히 본다. 

병원비의 5%만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암에 걸리지 않아야 되겠지만 말이다. 


"암"이라는 건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완전한 치료법도 없는 죽음에 가장 가까운 병이기 때문이다. 

한 번 몸안에 암세포가 생겼다는 건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에 

암에 관한 보험 진단금은 상당히 높은 금액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암보험이나 든든하게 들어놓는건데 ㅠㅠ 참 아쉽다!

 

침샘암 조기 발견 방법 & 위치 




사람이 죽을 병에 걸렸다가 살아나면 

인생을 거저 얻은 기분이라고 한 말이 실감났다. 

마흔살, 때이른 암진단으로부터 다시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살아봐야지!

몸에 해로운 음식은 멀리하고, 가급적 운동도 열심히...

일단 아내 말을 잘 들어야겠다!!!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돌아가 남은 인생 건강하게 산다면

오히려 전보다 더 건강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암을 겪고, 암을 극복하는 암투기 생존법을 하나씩 써보려고 한다. 

10만분의 1 확률도 뚫었으니, 

이제 긍정적인 10만분의 1 확률도 만들수 있다는 

그 자신감 하나로 말이다!!! 


무사히 수술을 해주신 의료진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곤잘레스의 생존기를 시작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흔에세이 15] 면접을 대하는 자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