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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다kim Jan 10. 2022

서울에 왔다

난생처음으로 독립서점에 가보다

"엄마,  언제 올 거야?"

서울서 공부하는 둘째 딸은 학원을 하는 내가 겨울방학 때  3일 학원 방학을 하는 걸 알고는 언제 올 거냐며 자꾸 묻는다. 항상 연말에 학원 방학을 하였지만 지금은 봄방학을 하지 않고 1월 초에 종업식과 졸업식을 함께하고 3월 입학식을 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물론 12월 말에 종업식을  하는 학교도 있었지만 학교 방학도 하지 않은데 학원 방학을 먼저 할 수는 없어서 나도 좀 늦은 학원 방학을 선택하였다.


둘째가 예약을 한  SRT를 타고 나는 지난 금요일 늦은 밤에 서울로 향하였다. 이번에는 가벼이 몸만 가고 싶었지만 그저께 큰딸이 쓴 책에 나오는 삼겹살 얘기를 읽어서인지 꼭 삼겹살은 사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아 오전에 천년한우에 들러서 삼겹살과 한우도 샀다. 출근하기 전에 부랴부랴 밑반찬도 몇 가지 만들고 이것저것 챙기느라 정신없이 바빴지만 딸들을 먹일 생각에 기분은 좋았다.


매번 올라오는 서울이지만 올 때마다 낯설고 적응이 잘 안 되는 건 왜 일까?


출처_가가77페이지


다음날 토요일 큰딸은 "엄마 내가 나중에 하고 싶다고 말하던 독립서점 말이야. 어떤 곳인지 보여주고 싶었는데, 마침 망원동에 있는 유명한 독립서점이 입고해달라고 연락이 왔는데 처음이라 직접 갖다 드리고 인사도 드릴 겸 같이 갈래요?" 하는 것이었다.


내심 궁금하기도 하였다. 경주에도 황리단길에도 있고 다른 곳도 서너 곳 있다고는 들었지만 딱히 책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어떤 곳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큰딸은 경주만 오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책들을 몇 권 사 들고 와서는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을 때도 많았다. 그때는 그냥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직업이 글을 쓰는 일을 하니 책을 많이  읽나 보다 생각했다.


나도 한때는 다육이 신상이 나오면 유튜브를 보고 정신없이 주문을 했다. 막내가 서울 와서 건담 신상을 사려고 코엑스 건담 베이스에 문 열기 전에 줄을 서서 기다렸는 것처럼 책에도 내가 아는 일반서적 말고 독립출판이라는 게 있는 줄 알았고 니아층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지하철을 두 번 환승을 하고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 망원 시장 옆에 '가가77페이지' 라는 간판을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어느 이쁜 카페에 온 것처럼 분위기가 좋은 곳이었다. 책꽂이에는 울 큰딸이 낸 것처럼 알록달록한 작고 이쁜 책들이 즐비하게 꽂혀있었다. 여자 사장님은 반갑게 우리들을 맞아주셨고 입고하러 왔다고 하니 책에 싸인과 구독자에게 남길 말을 적으라고 하였다.



큰딸은 보통 다른 곳은 싸인만 하라고 했는데 준비를 안 하고 와서인지 조금 긴장을 하더니 이내 줄줄 적어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들은 얘기인즉 정말 당황하고 떨렸다고 했다. 책은 출간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직접 서점까지 처음에는 갖다 줘야 하고 한두 곳이 아닌데 직장 다니면서 해야 하는 딸이 안쓰러웠다.


"정아. 이제 책 한번 내 봤으니, 그만 했으면 해. 내가 보기에는 너무 힘들다." 하니 "엄마 내가 좋아서 하는데 뭐가 힘들어. 나는 재밌는데." 하는 게 아닌가. 서점 여사장님은 본인 외갓집이 경주라며 신경주 역이 시내에서 멀더라며 반갑게 말을 건네주셔서 정말 인상 깊었다.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되던 망원시장을 직접 와 볼 줄이야! 우리는 주말이라 사람들로 붐비는 망원시장에서

떡볶이랑 튀김, 순대 먹으면서 '경주는 쌈장으로 순대를 먹는데 여기는 왜 소금으로 순대를 먹을까' 하고 타지방에서 순대를 먹을 때는 꼭 이런 말을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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