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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다kim Jan 12. 2022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이제 경주로 내려간다

지난 금요일 휴가라서 막내랑 서울 올라와서 보고 싶던 두 딸과 다섯 밤을 보내고 오늘 경주로 내려간다.

올라와한 것도 없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내려가는 날이 다가와서 순간 놀랍다.

새벽밥을 해서 작은딸 학원 보내고, 큰딸 좋아하는 잡채를 도시락통에 담아 회사 가서 점심으로 먹으라고 했다.



두 딸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동시에

"엄마 내려가지 마. 안 내려가면 안 돼?" 했다.

둘 다 새벽잠이 많아 아침을 거르고 다니다 보니

내가 와서 아침밥 해서 주니 좋았나 보다.

최대한 내가 있을 때 먹고 싶은 거 다해서 주고 싶었는데..

아직 나는 더 해주고 싶은 게 많은데..

나도 많이 아쉽다. 사온 삼겹살도 아직 다 못 구워줬는데, 소고기 된장찌개도 묵은지 김치찌개도 아직 못 해줬는데

오늘 나는 내려가야 된다.

떡볶이와 김치전을 두 딸과 아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니 나는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큰딸 회사 직원분들이 엄마처럼 챙겨주신다길래 못하는 김밥이지만 새벽에 일어나 둘둘 말아 보내드렸더니 다들 맛있게 드셨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회사 근처에 맛있는 김밥집이  많겠지만 정성이 담긴 김밥이라고 생각하신듯하다.

쌀도 참기름도 참깨도 모두 시골 친정 표라서 일까?



어제 저녁에는 갑자기 호떡이 먹고 싶다 해서 작은딸이 집에 오는 시간 맞추어서 후다닥 해서 줬더니 셋이서 쫑알쫑알하면서 얼마나 잘 먹던지.

모양은 예쁘지 않지만 나의 사랑이 조미료이지 않았을까?



이번에 못 해준 거는 다음을 기약하며 엄마의 사랑이 그리울 때쯤 다시 와야겠다.

항상 올 때는 무거운 짐을 들어도 가벼운 발걸음이더니,

내려갈 때는 커다란 납덩이를 가슴에 달은 듯

먹먹해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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