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간 무엇에 인가 쫓기듯이 하루하루를 살면서 사는 게 덧없고 공허하다고 느꼈다. 그때마다 가족들은 걱정하며 나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었다. 특히 고등학생 1학년인 막내는 삶의 고뇌에 허덕이는 나에게 살아가야 하는 존재의 이유를 일깨워주려는 듯 장문의 손 편지로 나에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하는 감동을 주었다.
나의 안식처인 가족들 외에 또 다른 나의 행복을 주는 다육이를 기른 지 3년이 지났다.
코로나로 인해 우울해하던 나를 몰두하게 만든 다육이는 이제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식구가 많이 늘었다. 한여름에 생긴 깎지벌레로 가을에는 단풍놀이 한번 못 가고 한 달 내내 시간 날 때마다 분갈이를 하여야만 했다.
힘들 때는 '내가 왜 이 미친 짓을 하고 있지?'
하고 생각할 때가 있었지만 지금 새 옷을 입고 활짝 핀 모습을 보면 그때의 고단함과 힘듦이 잊히는 듯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고 항상 기도했지만 어느새 나보다 한 뼘보다 더 큰 아이들을 보며 뿌듯함과 동시에 나의 나이 듦을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다육이는 평생을 나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가들이다. 때로 힘들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언제나 한결같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며 나를 반기는 반려식물이다.
언제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나의 곁에 머물러주면서 사시사철 이쁜 모습만 나에게 보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