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그레이스에게
사랑하는 2025년의 나에게,
너는 어제 사랑하는 딸과 함께 데이식스가 나오는 영화 6days를 보았지.
마지막에 흘러나온 그 질문, 아직도 기억해.
“10년 후엔 우린 어떻게 되어있을까?”
그리고 이어진 말,
“그냥 가자.”
데이식스 멤버 4명은 그동안의 10년이 기적처럼 느껴졌을 것이고, 자기들이 이룬 성과가 믿기지 않을 만큼 벅차서 10년 전의 자신들을 떠올리며 기특해했을 거야.
그때의 내가 10년 뒤 나를 만들고 있으니까.
마지막에 스크린에 비친 자막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었어.
그건 바로 네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나에게 건네는 가장 솔직한 물음이자 다짐이었단다.
2025년의 너는 확실히 마인드가 달라지기 시작했지. 사실 그전까지 열심히 살지 않은 적은 없지만, 미래의 나에게 다정하진 않았어.
현재의 삶보다 미래가 중요하진 않지만 미래에게 다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시점인 것 같아.
10년 뒤를 늘 생각하며 살자.라고.
그전까지는 미래를 외면했어.
10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멀리 있어서,
때로는 무겁게만 다가와 보고 싶지 않았지.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생각했지.
이제 너는 10년 뒤의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하고,
그 길 위에서 계속 대화하고 싶어 한다.
그것은 회피가 아니라, 함께 걸어가겠다는 용기 있는 선택이었어.
나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
왜냐하면 바로 그 결심 덕분에,
10년 뒤의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다.
화실에서 만난 인연, 성자은 작가님이 도록에 남긴 글을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어.
그 글을 읽으며 난 사색해..
우린 여전히 길 위에 있어.
완벽한 답을 가진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네가 다짐했던 것처럼,
“그냥 가자”라는 단순한 말이 우리를 이끌어주고 있어.
그 발걸음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
그 사이, 너와 딸은 수없이 웃고, 좌절하고, 걱정하고
어떤 날은 내가 너무 부족해 보이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안도의 한숨도 쉬었지.
버티게 해 준 힘은
네가 품었던 “앞으로 10년 뒤를 늘 생각하며 살겠다”는 다짐 때문이었어.
그 다짐이 너를 붙들어 주었고,
우리 둘을 끝내 이어주었지.
나는 지금 너에게 확신을 전하고 싶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는 이미 충분히 잘 걷고 있고,
무엇보다 네 곁에는 같은 길을 걸어주는 딸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어.
10년 뒤의 나는 살아 있는 증거라고 생각해.
네가 외면 대신 마주하기로 한 그 용기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싶어.
너의 그림이 그러했듯,
지나는 길에서 머문 빛들을 기억하고,
언젠가 다시 걸어갈 길 위에 그 빛을 단단히 새겨 넣듯이
너는 삶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살아냈어.
그리고 그 기억이 결국 나를 밝히는 빛이 되었어.
길 끝 언덕 너머, 번지는 한 점의 빛에서
나는 평온함과 행복을 말하고 싶어.
그건 화려한 성공도, 완벽한 답도 아니야.
그저 나 자신에게 돌아가는 고요하고 따뜻한 안식.
그것이 우리가 끝내 원했던 삶이었음을,
나는 이제 알겠다.
앞으로도 계속 10년 뒤를 생각하며 살아줘.
미래를 생각하면 현재를 소홀할 거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미래를 다정하게 바라보면 현재의 한순간 한순간을 소홀할 수 없다는 걸 알았어.
순간순간을 바라보는 시선마저도 늘 아쉽고 애틋해.
그 생각이 네 오늘을 더 깊게 하고,
네 길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야..
나는 또 나의 길을 갈게.
우린 늘 길 위의 인생이니까.
2035년 그레이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