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그레이스에게
2025년은 나에게 ‘관계’라는 단어로 기억되는 해였어. 두 번의 책 출간과 두 번의 큰 전시 참여를 통해, 잊고 있던 소중한 지인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어. 새로운 인연들이 그 시점에 삶에 들어왔어. 꽤 오랫동안 함께했던 절친을 떠나보내는 아픔도 있었어.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지나며, 관계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살아낼 수 있는 힘이라는 걸 깊게 생각하게 되었어.
너는 늘 관계를 소중히 여겼어. 그 마음은 10년 뒤에도 여전히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어. 가족, 스승, 친구, 그리고 제자들과의 연결은 네가 지켜낸 가장 큰 보물이었어. 2025년 8월의 마지막 주, 조카 같은 제자 건열이의 결혼식에 참석했어. 듬직하고 착한 제자가 좋은 짝을 만나 화촉을 밝히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어. 그 자리에서 오랜만에 건열이의 어머니 아버지를 뵐 수 있었던 것도 참 기뻤어. 그날의 장면은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다시 새기게 해줬어.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인연을 소홀히 하지 마.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곁에서 함께 웃고 울어 준 사람들이라는 걸 나는 10년 뒤 이 자리에서 확신하고 있어. 인연은 쉽게 끊어지는 듯 보여도, 그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우리 삶을 붙잡아 주는 뿌리와 같아. 그러니 놓치지 말아 줘.
또한 너는 늘 ‘균형’을 원했어. 하지만 그 균형은 완벽한 일정이나 분배에서 오는 게 아니었어. 스스로를 사랑하는 작은 습관—조용히 차를 마시는 시간, 그림 앞에서 숨 고르던 순간, 글 한 줄을 남기는 마음—그런 사소한 일상들이 결국 네 삶의 균형을 이루어 줬어. 그러니 몸과 마음을 함부로 소모하지 말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를 대하듯 스스로를 보살펴 줘.
2035년의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아. 그러나 나는 이제 알아. 성공은 외부의 인정을 통해 쌓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나는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걸. 그러니 너는 지금 당장 완벽해질 필요 없어.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그 과정 자체가 너를 키우는 일이야.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
“너는 이미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고, 네가 너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자비와 믿음이야.”
세상의 인정이 멀게만 느껴질 때, 스스로에게 가장 따뜻한 응원자가 되어 줘. 그것이 너를 끝까지 지켜낼 힘이 되어 줄 거야.
2035년 그레이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