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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타고나는 것인가?

아이의 공감 능력이 부족해 보일 때 부모가 가져야 할 시선과 훈련 방법

by 두유진

“선생님, 저희 아이는 왜 친구 마음을 잘 몰라줄까요?”


상담 시간에 부모님들께 가끔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아이가 친구가 넘어져도 무심하게 지나가거나, 함께 놀다가도 자기 주장만 강하게 내세우는 모습을 보일 때, 부모의 마음은 덜컥 불안해집니다. “혹시 우리 아이가 이기적인 건 아닐까? 사회성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지요.

하지만 공감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곧 아이의 성격적 결함이나 타고난 한계는 아닙니다. 공감은 마치 걷기나 말하기처럼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후천적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아이가 공감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집에서 공감에 대한 연습을 해본 적이 없고, 실제로 공감을 주고받는 모습을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정은 아이가 처음으로 사회성을 배우는 학교입니다. 부모가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며 표현하고,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주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는 자연스럽게 “아, 감정은 이렇게 나누는 거구나” 하고 체득합니다. 그러나 가정 안에서 감정이 무시되거나 “별것 아닌 일”로 치부된다면, 아이는 공감하는 방법 자체를 알지 못한 채 자라게 됩니다. 결국 공감 부족은 아이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가정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공감 능력이 낮아 보이는 순간들


여섯 살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 친구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는데, 그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어갔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엄마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가다니, 너무 무심한 것 아닌가요?” 엄마의 마음은 서운하고 불안했지요.

또 다른 사례에서는,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눈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웃어서는 안 될 때 크게 웃기도 했던 겁니다. 결국 친구들이 점점 멀어지면서 아이는 혼자 남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부모는 “왜 우리 아이만 이럴까”라는 조급한 마음을 갖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정말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공감은 배우고, 훈련해야 하는 힘


공감은 한순간에 생겨나는 재능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법을 경험하고, 반복적으로 훈련할 때 비로소 자랍니다. 아이가 친구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다고 해서 “너 왜 그렇게 이기적이니”라고 타박하면, 아이는 공감을 배우기보다 죄책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됩니다.

대신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그림책과 영상 활용하기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은 최고의 사회성 교재가 됩니다.
“이 장면에서 가장 난처한 사람은 누구일까?”
“여기서 나쁜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런 질문은 아이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도록 돕습니다.



상황 다시 되짚기
실제 생활에서 있었던 일을 돌아보며 대화해 보세요.
“아까 네가 장난감을 가져갔을 때, 친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이는 처음엔 잘 모르다가도, 반복된 질문 속에서 차츰 타인의 감정을 추측하는 힘을 키웁니다.




부정적 감정만이 아닌 긍정적 상황도 함께 다루기
친구가 도와줬을 때, 함께 웃었을 때 느껴지는 기분을 말로 표현하게 해보세요.
공감은 단순히 ‘상대의 아픔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기뻐하고 즐기는 경험’을 통해 더욱 단단히 자랍니다.




모델링 – 부모의 모습 보여주기
부모가 일상 속에서 “저 사람, 넘어져서 아프겠다. 도와드리자” 같은 행동을 직접 보여주면 아이는 말보다 빠르게 배웁니다.



공감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자라는 과정


중요한 건, 아이의 공감 부족을 성급히 ‘문제’로만 보지 않는 것입니다.
공감은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생겨나는 힘이 아니며, 그렇다고 한 번 부족하다고 영영 채워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는 부모의 안내와 경험을 통해 천천히 자라납니다.

마치 아이가 걸음마를 연습할 때 수없이 넘어졌다가도 어느 순간 혼자 서듯, 공감도 작은 질문과 경험의 반복 속에서 싹트게 됩니다.

아이의 공감 능력이 부족해 보일 때 부모가 가져야 할 시선은 “아직 배우는 중이구나”라는 따뜻한 이해입니다. 그리고 그 배움의 길에 함께 걸어가며 작은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나누며, 부모 스스로도 공감을 실천해 나갈 때 아이의 마음은 조금씩 넓어집니다.


아이의 공감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매일의 대화와 경험 속에서 길러지는 힘입니다.
오늘 하루, 아이와 그림책 한 권을 읽고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요?


“여기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 작은 질문이 아이의 내일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공감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자라는 과정이고 배움의 길이라고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일에 대한 희망과 보람을 찾기 위함입니다.


오늘도 우리반 한 여학생은 공감하지 못한 채 친구에게 상처 주는 말을 내뱉고, 웃으며 밀치고 발로 차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조용히 해! 넌 쓸모없는 사람이야!”라는 말이 얼마나 날카로운 칼처럼 가슴을 베어내는지, 본인은 알지 못한 채 말이지요. 똑똑하고 총명한 아이라 말로 지도하면 바로 고쳐질 거라 생각한 건, 어쩌면 제 착각이었습니다. 27년차 교사이지만 아이들은 늘 제 예상을 빗나갑니다.


학교란 곳은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여 있고, 그 안에는 타인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존재하듯이, 교실 안에도 ‘어린 표본’들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공감 능력은 자전거를 배우듯, 계속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익혀가는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단번에 잘 타는 아이는 없지만, 넘어짐 속에서 균형을 찾고 마침내 두 발로 나아가듯, 아이들 역시 조금씩 배우며 자라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공감을 가르치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교사로서 하루를 보람 있게 살아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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