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민 <문화와 사회로 발칸유럽 들여다보기>
첫 책은 한국외대 김철민 교수의 <문화와 사회로 발칸유럽 들여다보기>라는 교양도서였다. 세르비아 뿐 아니라 발칸 반도에 위치한 모든 나라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알바니아까지 그 나라의 개요(면적, 인구, 정치체제, 경제수준, 현안, 간략한 역사, 관광지)를 간단하게 훑는 책이어서 그동안 잘 몰랐던 단편적인 지식을 알기에 괜찮은 책이었다.
예를 들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는 여태까지 총 115차례의 전쟁을 경험했고, 총 44번 정복당하고 파괴되었다는 사실? 루마니아의 드라큘라는 사실 루마니아 사람들에겐 민족 영웅 같은 실존 인물(진짜 이름은 블라드 쩨페쉬)이고, 흡혈귀로 공포 이미지를 입혀 서유럽 사회에 소개한건 영국 소설가라는 사실? 테레사 수녀의 출생지가 사실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였다는 사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는 3명의 대통령이 8개월씩 돌아가면서 근무한다는 사실?
정보 전달 위주의 책이라 심도 깊게 토론할 만한 주제는 별로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는 나름의 토론거리를 찾았다. 우리는 불가리아가 궁금했다. 불가리아도 세르비아처럼 중세 불가리아 제국을 건설하고 발칸반도 전역을 차지했던 대국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민족 문제로 지속적으로 전쟁과 내전에 휘말렸던 세르비아와 달리 불가리아가 1,2차 대전 이후 상대적으로 평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심지어 1차 발칸전쟁(1912-1913, 발칸국가들vs오스만 제국) 이후 점령지 배분 문제로 2차 발칸전쟁을 일으켰던 장본인이 불가리아인데!(물론 불가리아는 2차 발칸전쟁에서 패배해서 쑥대밭이 되었다.)
우리는 다양한 추론을 해보았다. 불가리아는 상대적으로 민족 구성이 다양하지 않아서 분쟁의 여지가 적었나? 발칸전쟁에 1,2차 대전까지 겪고 더 이상 전쟁에는 신물이 났을까? 2차 대전 이후에는 더 이상 유럽 열강들 이익이 걸려 있지 않은 나라여서 평온할 수 있었나? 여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지식 없이 추측만 난무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역사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르비아에서 살다보니, 세르비아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게 박힌 크로아티아인에 대한 불호와 역사적 피해의식은 지금의 세르비아의 모습만 공부해서는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세르비아인 친구, 택시 운전기사, PT 선생님,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역사 이야기만 나오면 열을 올리는데, 그 배경과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조금의 역사 공부가 필요했고, 그래서, 우리는 두 번째 책 <전쟁이 끝난 후>를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