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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by 사온

8월, 출판을 위해 작가 지원 프로젝트가 열렸는데요.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초판 이후에, 출간한 "작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내 전문성 혹은 글 작가로서의 문학적 감수성 등을 꾸준히 높여 글을 계속 쓰지 않는이상 초판 인쇄 후 지급받는 인세만으로 제가 걷는 길의 방향만 틀어질 뿐 당장 제가 어려워하는 현실을 극복할 수는 없겠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후속 출간 계약을 계획할 시, 작가가 꿈이 처음부터 아닌 제가 "책을 쓰기 위한" 글쓰기를 위해, 생계도 불분명한 분야에 이렇다할 의미도 느끼지 못한 채 억지로 붙잡어야 그나마 현실을 살 수 있을까말까, 하겠다 싶었거든요. 단일 출간으로는 생계유지가 당연히 불가능하고, 이후에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싶다면 기존의 저자들과 같이 뚜렷한 색깔이 있는 사람으로서 강사의 자질을 갖춘 뒤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길 말고는 다른 것들을 모색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애초에 사람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만큼의 자부심같은게 없는 사람이고,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면 차라리 옛날부터 해왔던 음악에 가장 자신(?)있다기보다는 원래 해오던 것이니 불안한게 없기도 하구요. 이후 칼럼니스트나 다른 작가활동으로 수입을 얻겠다, 하면 너무 먼 이야기가 될 것 같았어요. 글을 갖춰두고 쓰기 시작한건, 사실상 제 생각들을 더이상 표현하는 것 조차 망설여질정도로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도용하면서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던 이유가 큽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제 속에 있는 응어리를 풀어내는 용도에 가까웠어요. 다른것보다… 글이란건 그 멋이란게 있어야되는데 저는 제 글에 멋을 못느끼겠어요. “잘팔리는” 글을 쓰는 것은 더더욱 멋이 없어요. 어차피 돈 안되는데 멋대가리도 없는걸 왜합니까? 저는 그런게 중요한단말예요!


그런데 이제는, 온라인상에서 저를 따뜻하게 봐주시는 분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그 사람들이 아주 조심하는 것을 보게되었어요. 그러고 나니, 엥. 이상하게 목적이 달성된 기분이 들더라구요? 또 안그러겠지? 하고 믿고 넘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한번도아니고 여러번 그런사람이 멈추겠나, 사람 안바껴요. 그사람들 마음 놓으면 또 하이에나같이 달려들어서 전부다 배낄겁니다. 그래서 이 작업을 멈출 생각은 없어요 - 다만 출간이라 한다면, 제 글이 어떤 화제가 되어서 억지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조회수가 높아져 기획출간의 "제의"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무리를 하고싶지는 않다, 뭐 그런 마음입니다. 출판사도 먹고 살아야죠... ㅎㅎ 저도 겸업에 가깝기에 (그것도 무상) 완급조절을 해야한다고 보구요.


그래서, 꾸준히 쓰는 에세이는 그냥 브런치 글로, 그리고 브런치에 쓴 진솔한 이야기들은 모두 일러스트로 풀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는 9월달부터는 일러스트 계정의 모든 게시글을 밀고 (보관처리 할거에요, 언제 게시했는지가 중요해서) 방향을 제대로 잡은 그림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에세이로 출간하기엔 지금의 저는 기반이 약하다고 봐요. (아 물론 인플루언서들이 대충 만드는 책에 비하면...)


남들 다하는데 나라고 못하겠나, 나도 저정도는 하겠다, 하고 뛰어드는 그 지점이 늪이라고 보거든요? 제대로 갖추고 더 눅진하게 묻어나올정도로 기획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올리는 모든 글들이 그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믿고싶습니다. 저는 과정과 결과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 라고 묻는다면, 과정도 결과의 일부라서 그 것 역시 결과라고 보기 때문에 둘 다 중요하고, 둘 다 어디까지 오픈할지 적절히 리듬을 맞춰가면서 쌓아가는게 분명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계속해서 제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취향이 있는지, 그러다가 갑작스레 단편소설을 쓰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올지도 모르고 안올지도 모르죠 - 그 리듬에 맞게, 저를 어떤 사람이라 정의하지 않고 마음가는대로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표현하려 해요. 그러다보면 어떤 틀이 갖춰질 것이라 믿고... 사실 저는 재미있는 댓글로 서로 오고간 이야기들로 더 많은 생각을 넓혀가고싶은데, 실제로 그렇게 했던 인스타툰 작가님의 작업이 무한 생각의 늪을 위트있게 풀어낸... 그러다가 그 분은 출간을 실제로 하셨구요. 저는 그 때, 그때그때 달린 수많은 댓글들도 책에 수록하면 참 재밌겠다 싶었는데 그런 기획은 안하셨더라구요. - 그정도라면 저는 출판사에서 거절할지언정 자비출판이라도 불사할 것 같습니다 ㅎㅎ (물론 그분만큼 여유가 있다는 가정 하에)


일러스트도 사실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그리고 중도 포기했다면 절대 그릴 수 없었을거구요. 저의 모든 작업은 주전공인 음악을 하기 위해 겪은 모든 현실과 상상에서 비롯된 부산물이에요. 그러니, 그림도 어쩌면 에세이에 가깝죠. 그래서 친한 작가언니가 제게 "쏘피꺌"같다고 한 것이고. 그 방식이 쏘피꺌처럼 사진이든 글이든... 그 도구는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지금 제가 선택한건 제가 가진 재료중 가장 품이 덜드는 아이패드구요.


무튼... 저는 9월 전까지 이것저것 벌려놓은 것들을 간결하게 분류, 정렬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려 합니다. 서빙이든, 주방보조든, 캐셔든... 부디 제 손목을 덜 혹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를 바라며... 그 때에는 제발 부탁이니 프랑스 서류에 문제가 없길 바라요... 올해 안에는... 정리가 되겟죠...? 그리고, 공부도 제발 어느정도 가닥이 잡히길 바랍니다... 올해 기획한 피아노 연주회도 할 수 있길.... 이렇게 글로 박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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