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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음악을 할 수 있는 달란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by 사온

19:49

mardi 7 octobre 2025 (UTC+2)Heure (Paris)


스레드 인스타 글계정은 잠시 닫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글감을 차용해서 재생산하는 일이 많아져서다. 사진 레퍼런스들도 꽤많이 이용되었다. 9월 한달간은 시름시름 앓았다. 2025년 상반기에, 너무 무리한 스케쥴을 강행한 것이 한꺼번에 몰려온 듯 싶다.


기록된 다이어리를 보자 하면...

정확히 8월 26일부터 몸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8월 중순에는 좀 다른 것들을 바라보면서... 여태까지 해온 작업과는 다른 것들을 시도. 그리고 말부터는 산책을 하면서 나무와 식물들을 스케치했다. 아파도 한두번 정도는 나와서 그림을 그리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그래도 레슨은 한달간 3회를 받았다. 10월달에도 최소한 4회는 받으려고 한다. 그래야 11월 말에 연주를 진행할 수 있으니까.


거의 매일 작업도 했다. 레슨 받다가 선생님한테 혼난 적도 있다. 정말 갈피를 못잡았고 아팠던게 맞는데, 무서운건 무서운게 맞기도 했다. 그런데 그 잠깐의 수업으로 내 눈이 너무너무 높아져서 웬만한 그림을 이제는 나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다. 그만큼 그려낼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진 것 같다.


아픈게 조금 낫고 나서는, 뭔가를 돌이켜보기에 마음이 붕 떠서 티까페도 가고, 물감도 사고, 라부부 같은 캐릭터 인형도 두어개 샀다. 미술용 앞치마도 기분내기 위해 구매했다. 오로지 기분내기 위해 늘 사먹지 않았던 디져트도 먹어봤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달까...올 해 들어 처음으로 기분전환용 소비를 한 것... 지난 주에는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작년쯤 부터, 상황이좀 안좋아져서 화장도 거의 안하고 렌즈를 낀 적도 없고. 나이많은 분들을 도우며 성당 미사에 참석하고, 임종을 지켜보고, 성지순례를 다니며 학업에 몰두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끝끝내 은행에서 수표로 실수를해 계좌가 없어지고, 도둑이 들고, 집이 온통 고장나기 시작하면서 예상할 수 없는 사건사고들이 터졌다. 올 해에는 그 모든 것들이 감당이 되지 않아 알바를 하다가는 내 길이 아예 막혀버릴 것 같아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사를 하고, 새로운 곳에서 침대도 만들고, 친구의 초대로 5년만에 처음으로 여행도 갔다왔다. 상황이 나아진 것은 전혀 없지만, 뭔가를 진행은 했다. 밖으로 드러난 것들은 많이 없을지언정, 뿌리가 넓게 뻗고, 깊어졌다. 그림도 많이 늘었고, 피아노도 왠만한 기교는 대부분 소화가 된다.


9월 11일, 이렇게 적혀있다.

"주님, 제게 음악을 할 수 있는 달란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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