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모두가 “힘든 시대”라고 말하지만, 가끔은 모두가 잘 살아내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유난스럽고, 혼자 뒤처지는 것 같은지 불안과 외로움이 뒤섞인 표현 못 할 감정이 든다.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20대엔 히키코모리처럼 방 안에 숨어 살았고, 운 좋게 안정적인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했지만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불안은 여전히 나와 함께였다.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불안은 ‘강박’이라는 친구를 데려왔다.
굳은 표정과 뜯겨진 손톱. 몸은 경직됐고, 마음은 위축됐다. 남과의 비교는 쉬웠고 세상은 늘 불확실했다. 10년째 이어지는 치료와 줄어들 줄 모르는 약은 오히려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들었다.
다시 숨고 싶어 졌던 어느 날, 예전에 썼던 브런치북 《꽃보다 히키코모리》를 다시 보게 되었다. 당시는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니 그땐 나를 힘들게 한 외부 요인이 명확했고, 불안을 키운 과거의 상처도 또렷했기에 감정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 홀가분하게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의 불안은 모양이 달랐다.
더 이상 도망칠 대상이 없는데도,
계속되는 불안감.
이번에도 조용히 들여다보며 깨달은 건, 이 불안의 가장 깊은 뿌리는 ‘불확실한 미래’라는 것.
결혼 전까지 모은 돈 하나 없었고, 재테크에는 눈뜬장님에 가까웠던 우리 부부. 철저한 자본주의시장에서 세상이 어떤 원리로,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산다는 건 프로 불안러에게 극도의 불안감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뭘 해야 할지 몰랐던 터라 ‘금융문맹’이었던 나는 숫자, 시세, 정책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수익을 위한 수단이기도 했지만, 불안을 통제하기 위한 감정의 루틴이기도 했다.
주식과 코인에서 몇 천만 원을 날리기도 하고, 운 좋게 청약에 당첨되어 1주택자가 되기도 하면서 불안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 불안을 견디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라 시작은 늘 어려웠지만, 한번 시작하면 안심될 때까지 파고드는 성격이라 차츰 경제 뉴스가 들리기 시작했고, 회사 차장님들과도 말이 통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단단해진 마음으로 하루를 구조화하고, 흔들리는 감정을 붙들기 위해 움직였다.
가끔은 엉뚱하고, 가끔은 쓸데없이 진지하고, 또 가끔은 욕망덩어리 같은 이야기들이 되겠지만... 모두 내가 살아남기 위해 만든 서툰 방어기제의 표현들이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불안한 미래에 계획은 많지만 시작은 어려운 사람인가요? 남과 비교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지치진 않았나요?
히키코모리였고,
지금도 프로불안러인 저의 엉금엉금 나아가는 이야기가 당신에게 공감과 위로로 닿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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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아니지만 경제+심리에세이기에 꿀팁 같은 재테크이야기도 넣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