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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6월

by 새벽별

어? 하는 순간 봄이 지나가더니 앗! 하는 순간 일 년의 반이 지나있다. 상반기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6월. 나는 6월 한달을 과연 잘 살아냈을까.



6월의 나의 키워드는 건강
긍정확언은 “내 몸과 마음은 내 삶의 소중한 파트너다.”,
6월 한 달 동안 실천하고 싶은 것은 딱 하나. 먹고 싶은 음식 생각해 보고 꼭 먹기, 대충 먹지 않기.



사실 나는 먹는 데 큰 즐거움이 없는 사람이다. 배고플 때 일단 무언가 입속으로 들어가 허기만 가시면 된다. 맛집 투어를 하고 몇 시간씩 기다렸다가 음식을 먹었던 적이 일생일대에 있었던가. 하다못해 세 아이를 임신했을 때조차도 먹는 재미를 크게 느껴보지 못했다.



아, 그러고 보니 기억 남는 일이 하나 있다.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KFC 타워버거가 너무도 먹고 싶었다. 패트스푸트 가게는커녕 집 근처에 변변한 구멍가게 하나 없는 곳에서 사는 나에겐 그 흔하디 흔한 햄버거 하나 먹는 것도 쉽지 않은 터. 먹는 것에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 먹고 싶은 음식을 입 밖으로 꺼냈다는 것은 절대 흘려들으면 안 되는 말이라는 것을 아는 남편은 광주 KFC까지 왕복 2시간을 달려 햄버거를 사 왔다. 어지간히 먹고 싶었는지 큰 애를 재우며 같이 잠이 들 법도 한데, 남편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가 남편 손에 들려있던 그 햄버거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남편의 양손에 있던 햄버거 중 하나는 다음날 먹겠다며 냉장고에 고이고이 모셔두었고 다음날에도 정말 맛있게 먹었었는데.... 눈물 젖은, 추억에 젖은 햄버거의 기억.

(지금 생각해 보니 남편도 참 너무한 거 아닌가. 한 시간이나 걸려 갔으면 한 열 개정도 사 올 법도 한데 고작 두 개라니...)

참 웃프다. 가장 맛있게 먹었던, 기억에 남는 음식이 햄버거라니.



“엄마, 엄마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어떤 음식을 먹을 때 기분이 좋아져?”


딸아이의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보다 아이들 위주로 식단을 짜고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너무도 익숙해져 있기에, 일단 나는 배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십여 년을 살아온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도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



6월 한 달만큼은 내 몸을 생각하고 내 입맛을 더 생각해 먹기로 했다. 일단 운동 시간을 우선순위로 하여 일주일의 계획을 짰다. 일하는 시간을 피해 운동을 하려면 저녁시간밖에 낼 수가 없다. 아이들의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한창 바쁜 저녁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하기란 참으로 눈치 보이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냥 했다. 나의 속근육을 빵빵하게 채워야 했으니까. 아이들 학습을 봐줘야 했고, 그날 계획했던 학습을 다 끝내지 않으면 불안했지만 일단 걸으러 나갔다. 아이들은 운동하러 나간다는 명분에 공부를 안 해서 좋고 나는 내 몸을 챙겨서 좋고.



KakaoTalk_20250630_232059635.jpg 혼자 먹는데 깨까지 뿌리다니...정말 대단한 일 아닌가



점심은 늘 그냥 있는 반찬에 대충 배만 채워 먹었던 내가, 차려먹기 귀찮으면 저녁까지 쫄쫄 굶어도 괜찮았던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곰곰 생각해 보고 잘 갖춰 먹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맛있는 음식’ 하면 떠오르는 게 고작 쫄면, 냉면, 피자, 김치볶음밥이 전부라니. 씁쓸했다. 도시처럼 맛집이라 말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음식점이 종류별로 있는 것도 아니고 SNS를 둘러보아도 당장 내가 처한 상황에서 먹어볼 수 있는 음식들이 없으니 약간의 허탈함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상황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떠오른 음식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먹었다. 배달 음식 하나 없고 마땅한 음식점 하나 없어서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대충 먹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식탁을 준비했다. 설거지하기 귀찮아서 최소한의 그릇만을 사용해 먹었던 날들과는 달리 나름의 플레이팅도 해보면서.




돌멩이 던지는 사람 하나 없었던, 너무도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같았던 한 달. 조금도 특별할 것 없었지만 내 몸을 지키고 마음을 지키려 했던 6월. 호화로운 식탁은 아니지만,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은 아니만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식탁을 준비하고 식사 시간을 즐겼던 6월. 이만하면 6월도 선전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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