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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

매일글쓰기3. 추석명절

by 새벽별


어느 순간부터 명절이 싫어졌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영암에서 인천까지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것이 부담되기도 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명절이 되어야만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지인들을 만날 수 있기에 힘든 마음보다 설레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명절이 싫.다.




해가 바뀌면 제일 먼저 찾아보는 것이 설 연휴와 추석 연휴가 며칠이나 되는지 확인하는 것인데 올해 달력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개천절에 한글날, 아이들 재량휴업일까지 나란히 모여있는 숫자들이 어찌나 원망스럽던지.(학교운영위원을 하고 있어서 연초 그 해의 학사 일정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 수 있는 게 이럴 땐 참 별로다)

남들은 기다리고 기다리는 연휴가 나는 왜 이리도 싫은 걸까.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쉬는 날이 많다고 아주 신이 났다.


명절에 시댁에 가는 것도 친정에 가는 것도 마음이 참 불편하다. 아주버님 가정과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님은 명절만 되면 자유의 몸이 되신다. 아주버님 가정이 모두 처갓집으로 가기 때문. 복닥복닥 거리던 집이 조용해지고 어머님 몸 하나만 챙기면 되니 얼마나 편하실까.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가면 또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기기 바쁘시고 그런 어머님의 마음과 상황을 알기에 시댁에 있는 것이 마음 편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친정은 편하냐. 놉. 전혀 아니다 오히려 시댁에 있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친정이라 쓰고 시댁이라 부르는 곳. 마음 편히 누워있지도 못하고 새어머니 눈치 살피느라 온갖 신경이 곤두서 있어 가만히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곳. 밥을 먹던 과일을 먹던 먹고 난 뒷정리는 나의 몫이고(누가 시킨 건 아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으면 느껴지는 그 따가운 눈초리를 견딜 수가 없다) 오히려 집안일을 해야 하는 건 몸만 힘들면 되니까 괜찮다. 말도 없이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시는 새어머니의 모습을 살피며 새어머니의 심기가 불편한 건 아닌지 그럼 난 뭘 해야 하는지 머리를 굴려야 했다. 차려준 반찬을 아이들이 잘 먹지 않으면 아이들이 반찬 투정을 한다며 대체 뭘 차려줘야 하는 거냐고 공중에 흩어지는 새어머니의 마음의 소리의 파편들을 아이들이 맞지 않도록 지켜야 했다. 이런 나의 불편함을 아이들이 느끼지 못하게 해야 하기에 일부러 더 크게 웃기도 하고 말도 많이 하는 나의 모습이 참 애처롭게 느껴진다.



“어머니 우리 음식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것 대충 먹어요.”

“그래, 나도 힘들어서 뭐 한 것도 없어. 우리 그냥 시켜 먹자.”

이런 대화가 가능한 곳은 어딜까?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 해도 받아주시는 시어머니께 참 감사하다.




연휴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싹둑 잘라서 갖다 버리고 싶은 나의 마음과 다르게 아이들은 명절 때나 되어야 친척 동생들과 외삼촌, 외숙모를 볼 수 있으니 정말 손꼽아 명절을 기다린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지켜주면서 나의 마음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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