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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했던 9월.

by 새벽별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아직 낮에는 덥긴 하지만 여름보다 볕이 따갑지 않은 걸 보니 정말 여름이 슬슬 물러가나 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광복절만 지나고 나면 선선한 바람이 불었던 것 같은데 이젠 9월이 되어도 후끈한 열기가 쉬 가시질 않는 걸 보니 정말 지구가 많이 아프구나 싶다.





더웠던 날씨처럼 내 마음도 부글부글 열기가 끓어오르는 한 달이었다. 중학생인 큰아들의 사춘기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한 것 같은데 글쎄 딸내미의 사춘기가 먼저 시작이라도 된 것인지 아주 한 달 동안 내 속을 어찌나 박박 긁어대던지 딸과의 전쟁을 거하게 치르는 한 달이었다. 말 만하면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지고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끝까지 내뱉는 딸의 모습,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아예 귀 닫고 문 닫고 들어가는 통에 몇 번씩이나 마음의 밭을 갈아엎었던지 원.


그런 내 속을 달래기 위해 자꾸 밖으로 나갔다. 그 덕에 배우고 있었던 천연 화장품 수업도 9월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워낙 뭐 하나 시작하면 끝까지 제대로 하고 싶어 하는 성향도 없지 않아 있지만 딸과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참여했던 것 같다. 9월로 모든 수업이 끝나서 이제 자격증을 신청만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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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만든 화장품들.


가끔 일을 쉬는 날이면 읽어야 하는 책을 바리바리 싸 들고 밖으로 나갔다. 집에선 그렇게 집중이 안 되는데 밖에만 나가면 두어 시간은 훌쩍 지나가는 게 참 신기하다. 질질 끌며 완독 하지 못했던 고전 책도 딸 덕분에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완독 할 수 있었다.


운동 재등록을 해야 하는 시기였는데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도 여기저기서 받는 스트레스, 땀 흘리며 운동이라도 해야 풀릴 것 같아서 시원하게 4개월치 수강료를 결제했다. 나의 마음을 내 몸도 아는지 운동 한 번 할라치면 어찌나 땀이 샘솟던지 한여름이었던 8월보다 9월에 더 많은 땀을 흘린 듯하다.



9월에 새롭게 시작한 것이 있는데 바로 ‘매일 글쓰기’다. 사실 매일 쓸 자신은 없지만 이렇게라도 장치를 마련해 놓지 않으면 매달 성찰일지 한 편만 쓰고 끝날 것 같아서 일단 질렀다. 성장메이트를 하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는 일단 지르고 본다는 것. 끝까지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뭐든 시작하기 주저주저하는 나였는데 성장메이트 식구들을 보면 어찌나 앞을 향해 그리도 잘 내달리는지 거침없이 달리는 그녀들 옆에 있다 보면 어버버 하는 순간 함께 앞을 향해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번 매일 글쓰기도 그렇다. ‘함께 해요’라는 그 한 마디를 무심하게 툭 던진 것뿐인데 우르르 신청하는 그녀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나도 함께 올라타고 말았다. 어차피 누가 보지도 않는 글 일단 열심히 말고, 잘 쓰는 것 말고 가볍게 써재껴보자는 심산으로 하루하루 글을 쓰고 있다.



뜨거운 날씨처럼 정신적으로 후끈후끈했던 나의 9월.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나의 10월에도 불었으면 좋겠다. 뜨거웠던 9월아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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