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7. 내가 좋아하는 것
몰랐다.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아니다. 이미 알고 있었는데 사는데 바빠 잊고 지냈던 건가. 어릴 때 종이인형 오리고 접고 노는 걸 참 좋아했다. 중학생 때부턴 십자수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다. 아이들이 사 온 컬러링북도 어느 순간 내가 더 빠져서 하곤 했고 방학과제로 내준 보석십자수도 처음에는 아이들의 도움에 못 이기는 척하다가 결국 완성은 내 몫이 되기도 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미적 감각은 떨어진다는 것. 그래서 도안을 보고 고대~로 따라 하는 것만 잘하고 좋아한다.)
늘 아이들이 하는 것에만 기웃거리며 뭐 같이 할 거 없나 살피던 나에게도 나만을 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찾았다. 바로 미싱. 드르륵드르륵 거리는 그 소리가 참 좋다. 미싱이 지나간 자리에 멋진 작품이 뚝딱 만들어질 때 희열도 느껴진다. 가장 좋은 건 미싱을 돌릴 때는 아무 생각이 안 든다는 거다.(딴생각을 할 수가 없다. 딴생각을 하는 순간 제멋대로 만들어진 바느질 땀을 볼 수밖에 없다.)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날 때 미싱 앞에 앉으면 아이들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오로지 내 앞에 놓여있는 천에만 집중을 해야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이 과연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인가.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건가. 남들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는 판에 웬 미싱? 다들 배우고 익히는 것들이 결국은 미래를 대비하는 일인데 나는 왠지 뒤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멈칫하게 된다. 한 번 미싱 앞에 앉으면 서너 시간 뚝딱 지나가 버리는데 내가 과연 시간을 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럼에도 미싱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참 좋다. 하루 종일 앉아 있으라고 해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가는데 하등 도움이 될 일은 아닐지 몰라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맞는 것 같다. 새롭게 뭔가를 만들고 나면 ‘이건 선물로 주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받는 사람이 좋아할까라는 확신이 들지 않아 아직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 내 마음을 다스리는데도 좋고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자꾸 드는데 자기 계발에는 그닥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이 아이러니 한 취미활동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에휴, 정답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도 일단은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