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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10월

by 새벽별


명절 연휴가 길어도 너무 길었던 10월. 그래서일까 10월은 반만 살아낸 기분이다. 어영부영하다 보니 명절 연휴가 끝나있었고 다시 어버버 하다 보니 10월이 다 지나버렸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나는 무얼 하며 지냈을까.



바빠도 엄마

하루하루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외치면서도 빼놓지 않고 챙겨야 하는 건 아이들이다. 큰아이의 기말고사를 앞두고 진로진학 상담 예약과 둘째 아이 기질검사 관련 강의를 예약해 둔 터라 바쁜 시간을 쪼개어 다녀왔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깨달은 건 내가 바쁘게 손과 발을 움직일수록 아이에게 쥐어 줄 것들을 많이 담아 올 수 있다는 것.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기회들을 잡으러 부지런히 손품을 팔았고 덕분에 몇 안 되는 상담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큰아이를 예쁘게 봐주신 덕분에 진심과 관심이 듬뿍 담긴 조언을 듣고 올 수 있었고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두렵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과 응원을 담뿍 담아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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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10월에는 새로운 도전을 해 본 달이기도 하다. 그동안 배우기만 했던 미싱을 가르치는 자리에, 6명의 수강생들 앞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사실 누굴 가르칠만한 실력이 되지는 못하다. 나도 아직 배울 것이 한참 남은 애송이인데, 스스로 만족할 만큼의 완벽함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누굴 가르친다는 것은 나에게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나의 등을 떠민 건 함께 수업을 들었던 선생님들. 그녀들의 응원 속에 용기를 냈고 첫 수업을 진행했다. 시골에서 지내며 깨달은 또 한 가지는, 여러 재원이 부족한 이곳에서는 전문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눈높이라는 것이다. 초보가 초보의 입장을 더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침을 진행할 때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도 더 만족도가 높고 이해도가 높다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 내가 가진 기술이 뛰어나 배우는 사람 앞에서 아무리 현란하게 떠들어도, 더 많은 것을 가르치고 싶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은 큰 메리트가 없다는 걸 생활 속에서 알게 되었고 그 깨달음 덕분에 용기를 내어 수강생 앞에 설 수 있었다. 매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꼬박 일주일 동안 수업을 진행해야 하고 아직 두 번의 수업이 더 남아있다. 바라기는 수강생 모두가 만족할 만한 작품을 손에 쥐고 가길, 그들도 나처럼 미싱의 매력에 빠져드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친절하고 자세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부디 마지막까지 완성도 있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길.


글쓰기

10월에는 매일글쓰기에 도전했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건 내가 조금만 애쓰면 아주 조금은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런데 글쓰기는 참 쉽지가 않다. 두어 시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참으로 어려웠다. 그런 나의 아쉬움을 다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성장메이트 작가님 중 한 분이 매일글쓰기를 해보자 독려하셨고 오랜 망설임 끝에 참여버튼을 눌렀다. 결과적으로 매일 글쓰기는 실패했으나 브런치에 글을 쓴 이래로 한 달에 가장 많은 글을 썼다. 어차피 내가 쓴 글 누가 보지도 않으니 일단 쓰기만이라도 하자는 마음을 갖고 써서 그런지 다른 글을 쓸 때보다 부담이 적었고 가볍게 쓸 수 있었다. 그래서 11월 목표는 한 달에 10편 이상 글 쓰기다. 지킬 수 있을지, 10월보다 더 적게 쓰는 건 아닐지 걱정되는 마음이 앞서지만 목표는 잡아보는 걸로! 시간이 흐를수록 쓰기가 참 중요함을 절감하는데 실천하지 못해 마음이 무거울 때가 참 많다. 매일 글쓰기로 그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길, 그러면서 나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 볼 수 있는 11월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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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지 않고 한 것

지난달 감사일기 완주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너무 컸는데 이번 달은 31일 모두 작성! 하루를 보내고 감사한 것 세 가지 적는 것이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 듯 조용히 내 삶의 루틴 중 한 부분이 된 것 같아 참 좋다. 내가 보낸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뒤돌아 보며 반성하고 감사하고 기뻐하고 아쉬워하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운동 역시 주 2회 빠지지 않고 했다. 바쁜 와중에도 꼭 빠지지 않고 챙긴 것이 운동시간이다. 더 건강한 몸과 마음과 정신을 갖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고 그렇기에 운동하는 시간은 꼭 챙겼다. 꾸준함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늘 나에게 보여주는 운동의 매력을 11월에도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10월에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달이었다. 그런데 정신없는 한 달이 참 좋다. 일단 그 모든 과정들을 내가 소화해 냈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한 달이라 좋다.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은 것 같아서 좋고 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 같아서 좋다. 물론 아쉬운 부분 역시 있다. 하지만 아쉬움보다는 열심히 산 나의 모습에 더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아쉬웠던 부분은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는 11월에 채우면 되지 뭐.




11월에는 어떤 바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자, 호흡을 고르게 하고 또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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