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밥이라는 말

by 서담


요즘 이래저래 일이 많아서

아이들 밥을 제대로 차려주지 못했다.


(브런치 글도 한동안 뜸했습니다.

혹시 기다려주신 분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제대로 차려주지 못했다’는 건

고기 반찬이 빠진 밥상이라는 뜻.

있는 재료로 국을 끓이고,

야채스틱과 달걀말이 정도를 내놓은 날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서준이가 밥상 앞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 왜 자꾸 우리 가난한 밥 해줘?”


‘가난한 밥’이라니.

아이가 만든 말치고는 너무 절묘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가난한 밥이 뭐야?”

“맛있는 반찬이 없잖아.”


촉촉하게 로션을 듬뿍 바른

작고 예쁜 얼굴에 뽀뽀하며 말했다.


“미안해.

오늘 저녁엔 꼭 맛있는 거 해줄게.”


그렇게 약속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냈다.

서준이는 정말 서러웠는지

마음을 추스르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어릴 적 악뮤는

쌀통에 쌀 한 컵이 가득 차 있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

간장에 계란을 푼 밥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고도 했다.


생각해보면, 전 세계적으로

세 끼 따뜻한 밥을 먹는 삶이

그리 당연한 건 아닌데…


그럼에도 아이의 말이 자꾸 맴돈다.

‘가난한 밥’이라는 그 표현 속에 담긴 마음.


맛없는 날에도 서운하지 않게.

가난한 밥이라 느껴지지 않게.

그 마음을, 어떻게 잘 다독여 줄 수 있을까.




나는 식사 시간에 아이들에게

절대 영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함께 밥상에 앉아 나누는

따뜻한 말과 눈빛이

허기를 채우고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식당에 가보면,

아이들이 화면을 보며 밥을 먹고,

마주 앉은 사람과는

아무 말도 나누지 않은 채

그저 그릇을 비우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무엇을 먹는지도 모른 채,

입에 넣고 넘기는 식사.

그건 어쩌면

진짜 ‘가난한 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서준이가 서운했던 건

반찬 때문만은 아니었을지도.


엄마가 옆에서

“이것도 먹어봐” 하며

숟가락에 반찬을 올려주고,

“잘 먹네”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그 말과 눈빛이 고팠던 건 아닐까.


오늘은

아이의 허기를 채워주는 데

더 마음을 써야겠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다시 밥을 짓는다.



작가의 이전글『당신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