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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네버다이, 네버 고독사 클럽 채팅방

by 윤늘

선셋카페에서 회의를 마친 그들은 어색하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카페 사장 수호가 마치 ‘네버다이, 네버고독사’ 모임의 장처럼 각자의 비상연락처를 받고, 채팅방을 하나 만들기로 약속했다.

그들은 많은 규칙을 정하지는 않았다. 이런 이상한 모임을 해본 적도 처음이지만 막상 하게 되니 어색해서 괜히 했나?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네버다이, 네버고독사 모임- 채팅방의 이름을 정하고 있는 수호가 멈칫하며 백스페이스를 누른다.


“아니야, 모임이라기보다는 클럽?이라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네버다이, 네버고독사 클럽-


아무래도 모임이라고 하는 것보다 클럽이 좀 더 세련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호.

고개를 끄덕이며 완료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나머지 세명을 순서대로 초대한다.


-추희원-정수연-김정훈초대되었습니다.

라는 글자가 채팅방에 울리고, 수호는 바로 다음 말을 적는다.


[안녕하세요. 백조빌라 네버다이, 네버고독사 클럽 채팅방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수호


수호의 채팅이 올라오고, 3명의 읽지 않은 표시가 사라지고 바로 다음 말한 사람은 희원이다.


[반갑습니다. 추희원입니다. 매일 아침, 매일 저녁 안부인사를 나누기로 했으니 약속한 대로 최대한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희원


[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수연

[반가워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정훈


그렇게 네 명이 인사를 하고 나니 더 이상 4명 중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각자 어색함과 불편함 중간에서 싸우고 있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 채팅방 밖에서도 느껴졌다.


수호도 마찬가지로 어색해 채팅방을 꺼버렸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을 때, 제일 먼저 카톡방에 인사를 남긴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수연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가장 빨리 출근을 하고, 가장 빨리 일어나서 집을 나오는 것이 수연이었기 때문이다. 집을 나왔을 때 바로 옆집 101호의 문이 굳게 닫혀있지만 경찰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에 소름이 돋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네버다이, 네버고독사 클럽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아마도 수연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모두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수연 7:10


답은 아무도 없었고, 읽은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빨리 읽은 것은 희원이었다. 희원을 눈을 뜨고 출근을 준비하면서 버스에 오를 때 비로소 그 메시지를 읽었다.


‘아, 답장. 해야겠지? 이거 생각보다 귀찮네.’


[네. 좋은 아침입니다. 저는 출근 중입니다.]-희원 7:50


그 시각 수호와 정훈은 늦잠을 자고 있다. 수호는 11시 마감을 하고 늦게 집에 들어와 평소 9시쯤 일어나고, 정훈은 고시생이라 하지만 반 백수와 다름없기에 일어나는 시각은 자기 마음대로였다.


특히나 어젯밤 주민회의를 마치고 집에 와 유튜브로 청년 고독사, 청년고독사 사태, 고독사 등등을 찾아보면 새벽 3시까지 알고리즘에 헤매던 그는 잠을 늦게 청할 수밖에 없었다.


-

출근길 지하철에는 사람이 지하철을 잡아먹은 듯 가득하고 희원은 자신이 보낸 좋은 아침이라는 말과 달리 고통스러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일찍부터 준비한다고 했지만 매일 타는 지하철 시간을 놓치고, 그다음 지하철을 타려는데 사람이 많아서 한대를 또 보내야 했다. 아침에 10분은 평소 1시간의 시간과 맞먹을 정도로 귀한데 10분이 늦어지면서 지각이 코앞으로 다가온 그는 조급해졌다.[저는 출근 완료입니다. 출근 잘하세요!]-수연 8:10수연의 메시지가 온 것이 핸드폰 화면에 울렸지만 막상 채팅방에 들어가서 읽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사람에 치여 간신히 손잡이를 잡고 버티고 서있는 그에게는 불가능이었다.


-수연은 회사에 도착해 여느 때처럼 자신의 자리 뒤에 있는 곳에 가방과 옷을 넣고 자리를 정리한다. 월요일.주말 동안 밀려있을 일들이 밀려오는 날이라 유독 바쁜 하루다. 한주에 시작이라 꼭 회의를 해야 한다는 부장 때문에 자기도 하기 싫은 9시 오전 회의를 준비해야 했다. 정시 출근시간은 8시 30분. 그녀는 8시 10분 정도에 늘 먼저 출근한다. 아래 직원들처럼 8시 30분 땡 하고 출근하고 싶지만 팀장이라는 직급은 그녀를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20분은 일찍 와야 스스로 안심이 됐다.


“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항상 밝은 얼굴로 출근하는 김대리는 오늘도 밝게 인사를 하며 제일 먼저 들어왔다. 김대리를 시작으로 부장, 차장 직원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그녀의 일상이 시작이 되었고,

‘네버다이, 네버고독사 클럽’ 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8시 30분. 수연의 일상이 시작되는 것과 같이 희원의 일상도 시작되었다. 간신히 1분 남기고 회사에 도착한 그.숨을 헐떡이며 사무실에 들어가며 눈치를 보았다. 지각이라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자신의 상사가 그를 보더니 쓱 하고 눈치를 준다. 그는 어색하게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는다.


“다들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주부터 업무평가 들어가니까 각자 잘하도록. 뭐 그렇다고 평소 하던 게 있는 사람들은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큼-“


부장은 모두를 향해 말을 했지만 큼-하고 헛기침을 할 때는 정확히 희원을 쳐다보았다.

‘젠장. 하필..’


희원은 짜증이 났지만 3년 차 직장인이기에 표정관리를 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 업무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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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과 희원의 하루가 시작되는 순간. 수호의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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