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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 Aug 27. 2021

나는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비포 선라이즈


  나는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자유는 잠시 놓아두고 누군가에게 몰두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어차피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알기에, 그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니까.



  비포 선라이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다. Before sunrise - Before sunset - Before midnight  시리즈가  완결된 2020년에야 비포 선라이즈부터 보기 시작한 어린애. 근데도 묘하게 가슴이 아렸다. 기차에서   여자에게 반한 남자와 그를 따라 하룻밤의 유럽 여행을 하는 여자. 어쩌면 내가 동경해보지도 못한 색다른 연애의 시작을 동경하기 시작한 순간이다.



  미국 남자 제시와 프랑스 여자 셀린은 비엔나로 향하는 남자와 파리로 향하는 엇갈린 정착지에서도 만났다. 그는 그녀에게 비엔나에서 내리자는   마디로 하룻밤의 연인이 되었다.


 이들의 대화는 매우 인상적이다. 두 주연 배우가 직접 대본을 수정해 나간만큼 사실감이 생생한 대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들의 삶, 진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불안감 들이 뒤섞인 24시간은 비슷한 세대의 내가 처한 상황을 엿보는 듯하다.




   성인이  우리, 대학생의 우리, 사회인이  우리를 가여워하지도 업신 여기지도 않는 사람을 찾아다닌다. 연상은 편하지만 가끔 나를 귀엽게만 대하고, 연하는 나에게 치기어리게 보인다.


  그래서인지 온전히 당신은 당신이라고 바라봐줄 동등한 위치의 사람을 만난다는  더없는 행운이다. 이 영화는 그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나와 대화가 잘 통하는 이성이 있다면? 그 사람과 낯선 도시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도, 씻지도 못해도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장거리 연애도 시작하겠습니까?



  나의 연인, 나의 사랑,  순간의 자유. 어떻게 단 한 번의 눈짓으로, 우리가 여기 이곳에 같이 모여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만에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우리 사랑의 확신을 미래까지 점칠 수 있었을까.



기차에서 만난 남자와 비엔나에서 내렸어.
 미쳤니?
반쯤은.
오스트리아 남자야?
여행중인 미국인이야. 내일 아침에 떠난데.

어쩌자고 그랬니?


설득당했어. 실은 나도 같이 내리고 싶었어. 이야기가 너무  통하고 너무 귀여웠어.


그 때 정이 들었어. 그런 예쁜 꿈을 지닌 꼬마가, 날 사로잡았어. 정말 귀여워. 아름다운 푸른 눈, 분홍빛 입술, 기름낀 머리도 마음에 들어. 키가 크고 약간 촌스러워.


날 몰래 바라보는 느낌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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