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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판 Oct 21. 2024

먼 미래의 꿈

먼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편이다.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미래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미래를 생각하면 오히려 거기에 짓눌려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살다가 미래를 맞이하면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대략적인 계획은 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당장은 하고 싶은 게 없다.


문득 창업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작가로 먹고 살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잖니 적응이 어려울 것 같고, 그나마 창업이 괜찮지 않을까 싶다. 회사의 시스템도 제대로 모르면서 창업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도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니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창업을 위해서는 사업 아이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처음 생각한 것이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점의 장점이라면 작은 장소를 임대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할 수 있으면서, 작업 공간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간 지원사업도 받을 수 있고, 나름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문제는 서점은 매출을 기대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렇기에 자칫하면 임대료와 운영비만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많은 서점이 매출을 위해 커피를 팔기도 한다. 그럴 거면 카페를 창업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독립서점은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역의 독립서점들은 뚜렷한 개성이 없었다. 내 경우에는 책을 많이 읽은 편이어서 서점에 가면 오히려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리 서점 주인이 책을 공을 들여 큐레이션을 하더라도 내가 관심 있는 게 아니라면 흥미가 없다. 대부분의 서점은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게 큐레이션을 하고, 그것은 그럭저럭 통한다. 어쩌면 이 부분은 나와 독립서점이 맞지 않는 부분일 수 있다.


한편 독립서점도 전문 분야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중의 하나가 노명우 교수가 운영하는 니은서점이다. 독립서점을 하는 것도 모험인데,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 인문과학을 다룬다. 서점 주인이 가장 자신 있는 것을 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나 같이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 이 정도까지의 모험을 걸기는 어렵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니트들을 위한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점은 대부분 데이트 코스로 애용되는데, 나는 그보다 많은 사람이 들어와서 커뮤니티 역할을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당장 무업 기간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에는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한편으로 나 역시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역할 해야 하는데 잘 맞지는 않다. 사람을 관리하는 것도 아직 어렵다.


그래서 작은 모임으로 출발하고자 했다. 모임의 경우 대부분 느슨한 연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임을 운영하는 운영진들의 경우 무급으로 시간을 내어 봉사한다. 물론 그런 노력 덕분에 어떤 좋은 영향력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모임의 대부분이 그렇게 운영되다가 방향을 잃고 좌초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 경우에는 고립 생활 중에도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도 했고, 글쓰기 모임도 종종 참여했다. 그 후 바깥으로 나오면서 다양한 모임을 했다. 그런 모임을 하면서 아직까지 정말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다. 가급적이면 또래여야 하고, 갈등도 없어야 하고, 공통사도 맞아야 하는데 그런 행운을 만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이제는 특별한 모임보다는 대중적으로 좀 더 너른 모임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오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니트 당사자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이따금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모임을 운영 중이다. 이곳도 분명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고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좌초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이런 실패를 통해서라도 어떻게 사람들을 모을지 고민한다.


창업과 독립서점을 이야기하면서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어울리는 것인가 생각할 수 있다. 창업에 대한 교육을 들어보면 대부분 소비자의 수요를 중심으로 한다. 어쨌든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어야 사업이 유지될 수 있으므로 당연하기는 하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약간의 저항감이 들기도 한다. 돈을 벌려고 사업을 하는 게 맞는데, 그 과정에서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그것으로 가치를 만들고 싶다. 이를테면 지역 내에 사람들 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은데, 아직까지 이것으로 무언가 가치를 창출하기란 요원해 보인다. 오히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만들어서 그것을 유통하면 그것이야말로 나에게도 득이고, 사회에도 득이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전망이 없는 게 아니다. 시장에서 메워주지 못한 부분을 메워주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존재가 있고, 이에 대한 지원이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여러 사회 문제가 대두되면서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이 중 대표적인 사례가 제로웨이스트 샵일 것이다. 이곳도 가치를 파는 사업이다. 이미 소비재를 파는 게 아니라 서비스가 팔리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대중적이지는 않으니 지금처럼 어떤 기회가 있을지 탐색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여긴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좀 더 고민하면서 천천히 길을 찾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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