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3코스 달리기 여행
해파랑길 달리기 여행으로 1~2코스를 지난달 4월 1일에 처음 시작하고는 달 수로 치자면 한 달만이지만 날 수로 치면 거의 두 달 만에 다시 시작하게 된 셈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시간을 내지 못하기도 했고, 또 봄철 미세먼지로 인해 잔기침이 계속된지라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여 이번달은 그냥 넘어갈까도 했으나 나와의 약속도 약속인지라 체비를 했다.
전철 타고 버스 타고 대변항에 내리니 비릿한 바다냄새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어부들의 손놀림이 생동감을 준다. 60대 후반의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서로 대면대면하며 막 출발은 한다. 나도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천천히 출발했다.
대변항 끝에서부터 길은 봉대산으로 올라가는 산행길이 시작된다. 거의 한 달여를 운동하지 못한 표시가 바로 나타난다. 그리 가파른 산길도 아니건만 뛰는 건 고사하고 걷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마음은 영상도 찍고, 구경도 하고 즐기면서 달릴 생각이었으나 다리부터 말을 듣지 않으니 영상이고 뭐고 아무 생각도 없어진다. 그래도 봉대산은 양반이었다. 산을 내려오면서부터는 계속 도로다. 일기예보엔 종일 흐리다고 하더구먼 해만 쨍쨍하다. 내려쬐는 햇살과 그늘 한 점 없는 도로는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도무지 기약이 없다.
허위적 허위적 거의 한 시간을 산길과 도로를 뛰다 보니 해수욕장이 나온다. 한적하고 조그만 해변 일광해수욕장이다. 그래도 바닷바람이라도 불어오니 조금은 살만하다. 그마저도 잠시, 다시 도로다. 인도가 있는 구간보단 없는 구간이 더 많은 듯하다.
그나마 바다풍광이 나올만한 곳은 덩치 큰 카페들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으니 바다는 보이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나도 예전에 가족들이랑 이곳 카페에 차 마시러 왔을 땐 경치 좋다는 생각만 했지 바다를 독점했단 생각은 하질 못했다. 이렇듯 사람은 자기 입장에서만 세상을 보는 외눈박이인가 보다.
각양각색의 카페를 지나고 나면 조그만 어촌마을, 다시 카페를 지나고 나면 어촌마을로 이어진다. 계속되는 지루한 도로와 내려쬐는 햇살은 달린다는 나의 의지마저 녹여버린다. 그렇게 또 한 시간여를 달리다 걷다 하니 이번엔 제법 큰 항이 나온다. 상점가의 간판으로 볼 때 아마도 칠암항인가 보다.
어부는 어디 가고 가지미만 해풍에 가지런히 줄지어 누워있다. 나에겐 야속한 햇살이지만 이 어부에겐 고마운 햇살이리라. 꾸덕꾸덕 해질 때까지 주인대신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녹슨 리어카는 풍어의 꿈을 꾸고 있겠지.
줄지어선 가자미와 상점가에 들러 시원한 물회 한 사발 들이키고픈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도로를 달리고 달리니 저 멀리 고리원자력발전소 원자로가 보인다. 이렇게 3코스 종점인 임랑해수욕장까지 GPS 거리로 16.36km, 시간은 2시간 23분이 걸렸다. 10시에 출발하여 도착하니 12시 반 정도되었다. 배도 고프고 내려쬐는 햇살을 피할 그늘 한점 없다. 코스 종점 뒤편에 노거수 한 그루가 앙상하게 서 있다. 그나마 그 아래에서 온몸은 아니더라도 머리 정도는 어설픈 그늘 속에 넣을 수 있어 준비해 간 연양갱 하나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그리고 고민했다. 여기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4코스를 마저 달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