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바다가 될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게요]_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 (by 작가 '바다') : 제주스퀘어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게요."라는 나만의 프로그램이 시즌 1의 끝자락을 향해가는 시점이다.
이 글을 작성 중인 지금은 2025년 10월의 마지막날.
하늘이 내게 많은 말을 건네는 어느 가을밤.
아니, 나만의 새벽녘.
나는 무료심리상담 시즌1의 끝무렵에 만났던 푸른 눈의 유럽남자 P와의 대화를 떠올린다.
그를 만난 시기는 올해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다.
상담장소인 초연당에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서성이던 그는 내가 도착할 때까지 아직은 더웠던 날씨에 땀을 삐질- 흘린 채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Hi~ Nice to meet you."
곱슬거리고 흰 머리칼과 푸른 눈의 유럽남자.
그는 처음 만나는 30대의 한국 여자 청취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을까?
"Hello, Nice to meet you, too.
I'm OOO~ please call me 'BADA'."
나는 그에게 나의 작가명인 '바다'로 나를 불러달라 했다.
그는 나에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oh, BADA~? Does it mean ‘the sea’??.”
그는 BADA라는 이름이 SEA(바다)를 뜻하는 게 맞는지 물었다.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yes, yes, right!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진지한 청취에 앞서, SEA라는 단어를 듣게 된 찰나의 순간에 나는 한번 더 다짐을 했다.
어렴풋이...
'그래, 나는 바다 같은 사람.
조금 더 확실하게... 바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
내 인생은 새벽바다에서 일어난 기적과 같다.
그 작은 기적이 내 삶을 조용히 뒤집어 놓았고, 나는 지금 이 순간 그 기적이 이끌어 온 지루하고 고요한 평화 같은 일상을 헤엄치며 살아가고 있다.
5년 후? 혹은 10년 후일까?
내가 정말 빛이 나기 시작할 때, 나는 온 세상에 숨겨둔 진짜 이야기를 밝힐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영원히 허공에 흩뿌려 버린 채, 그저 빛을 내며 살아갈 수도 있겠지.
그렇다.
일주일이 바쁜 직장인이며, 커리어 쌓기에 주말도 놀지는 못하는 내가 굳이... 나서서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게 된 [나도 몰랐던] 목적이 이거였을까?
"나는 정말로, '바다'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런데
누구에게?
무엇을 위해서?
굳이, 그렇게까지?
사실 난... 타인에게는 1도 관심 없잖아?
때론 귀찮고, 경멸하고, 미워하잖아?
가능하겠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편히 살지 왜?
좋은 사람 콤플렉스 뭐 그런 거야? 너무 에너지소모 아닌가?
_라는 수많은 머릿속 수다쟁이들이 공격을 시작하지만 애써 무시해 본다.
용기 내어 나를 찾아온 푸른 눈의 ‘P’는 유럽 태생의 교수였다.
딱 보기에도 말수는 적지만 시선이 깊은 사람.
그 머릿속에 든 지식과 지혜는 얼마나 방대할 까?
나는 비교적(?) 영어로 그의 말에 응답하며 이어나갔다.
대부분 하고 싶은 말이 영어로 안 나오니
쩜쩜쩜.., 버퍼링이 길어질 땐 잠시 기다려달라 하고, gpt에게 통역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가 토로하고 싶었던 마음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내게 전달되었다.
그의 단어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감정들을 천천히 더듬었다.
P가 말했다.
“토론의 자리에서 이곳 제주도의 한국사람들은 토론을 하지 않아요.
그들은 자기주장을 굳히기 위해 자꾸만 화를 냅니다.
조만간 포럼이 있고, 나는 패널로 참석을 해요.
그들은 나에게 '리더십'에 관하여 토론을 하길 원해요.
하지만 나는.. 정작...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이 섬의 자연과 그 풍경을 사랑해요.
정말 좋아요.
하지만.. 나는 이곳에 더 있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져있어요.”
그는 잠시 침묵했고, 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되 온화한 표정으로 그 시간에 가려진 말을 해독했다.
그가 이 섬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며 어떤 장면들을 보고 느꼈는지가 흐릿하게 그려졌다.
나는 그에게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몰랐다.
“Not all people are like that...”라고 말을 꺼내다 구차한 변명 같아 다시 청취자의 자세로 돌아왔다.
그의 왠지 순수해 보이는 눈빛에 멈췄다.
그의 시선을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조차 그런 장면들에 학을 떼고, 도망치고 싶었으니까.
대신 나는 작게 웃으며 덧붙였다.
“Maybe I should apologize instead.”
그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부터 나의 시선에 그의 흰 머리칼과 푸른 눈은 사라졌다.
그저 같이 이 섬을 살고 있는 사람과 사람일 뿐이었다.
그는 부드러운 프랑스어 같은 발음으로 긴 이야기를 쏟아냈다.
나는 그의 마음을 스스로 열 수 있도록 섬세한 질문을 간간이 덧붙였을 뿐이다.
그는 후련해졌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이 섬에 진짜 친구들이 있냐.'라고 물었다.
그는 천만 다행히 그런 좋은 친구들이 있고, 가끔 이 섬에 초대하거나 만난다고 말했다.
그거면 된 거였다.
내게 부족한 '진짜 친구'가 그에게는 있었으니, 그는 분명 이 섬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가 신비주의적인 인간일 줄은 몰랐다. 하하!
나는 그에게 소중한 타로카드를 펼쳐 보였다.
그날따라 카드의 금박이 유난히 번쩍였다.
“좋아요, 그럼 카드에게 물어볼게요.
당신은 이 섬에 남는 게 좋을까요~ 떠나는 게 좋을까요~?.”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카드를 섞으며 그의 에너지를 전달받았다.
지루하고 따뜻하며, 외로웠다.
나는 그에게 카드의 메시지를 해석해 주었다.
(그리고 그는 돌아간 후 타로의 해석을 E 메일로 보내줄 수 있냐고 요청을 했다.
그의 인생에 새벽바다의 기적이 스며든 것 같아서 나 또한 기뻤다!)
“당신은 지금 경계를 지키고 있군요.
마음의 경계, 감정의 경계... 이젠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상처받기 싫어요.
하지만, 만약 조금 더 이 섬에서 살아본다면?
음... 카드는 이런 메시지를 보냅니다. ~~~~~~(생략)~~~~ ~라고요!."
그는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기뻐했다.
우린 마치 친구가 된 기분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타로카드의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오늘은 정말 정말 특별한 시간이었고, 정말 좋았어요! 아주 인상 깊고.. 기뻐요!”
그가 초연당을 떠나며 남긴 이 한마디가,
내 마음에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아련하게 남았다.
언어는 서툴렀지만, 진심은 번역이 필요 없음을 느낀 날이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려요] - 내 인생의 첫 프로그램에 대한 기록은 이것으로 종결한다.
나는 이제 모든 이의 깊은 욕망을 투영하는, 나의 '돈'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