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에게
제일 먼저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2019년 가을, 시나리오 작법 수업을 들었다. 매주 목요일 7시 작업실에 모였다. 7명의 수강생 중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는 사람은 나였다. 수업을 듣고 기숙사로 돌아오면 가장 높은 달이 질 때까지 책상을 떠나지 못했다.
2019년 겨울, 기억도 다 나지 않을 정도의 혼란 속에서 영화를 찍었다. 너무 많은 눈동자가 있었고, 기계처럼 컷, 오케이만을 외치는 내가 있었다. 내가 그토록 아끼던 나의 J가, 드디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였다.
또 하나의 나, 나의 분신 J. 20살의 내가 투영된 J. 그래서 차마 바라볼 수 없는 J.
여전히 외장하드 속에서 잠자고 있는 J. 미안하지만 그런 식으로 영원할 J.
그럼에도 널 아낀다는 변명은 하지 않아야겠다. 그렇다면 영원히 묻어둘 수 없는 것이니까. 자꾸만 보고 싶은 마음이 들 테니까.
-그래도 난 니가 결국 행복했으면 했는데. 그래서 결말도 그렇게 쓴 건데.
언젠가 다시 시나리오를 쓸 용기가 생긴다면 그때도 나는 J를 주인공으로 해야지 생각했다. 가장 용감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다시 영원히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줘. 아마 머지않아 우린 또 만날 수 있을 것 같아.